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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빠져라" 야구의 날, 이승엽이 꺼낸 기억 한 조각

입력 : 2017-08-24 06:00:00 수정 : 2017-08-24 14: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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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고척돔 이혜진 기자] “그 홈런 하나가 제 야구 인생에 큰 영향을 줬죠.”

‘국민 타자’ 이승엽(41·삼성)이 2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11일), 수원 kt위즈파크(18일)에 이어 세 번째 작별인사. 공교롭게도 이날은 ‘제9회 야구의 날’이기도 했다. 야구의 날은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승엽 역시 영광의 순간을 함께한 인물이다. 특히 4강에서 일본을 상대로 8회 역전 2점포를 쏘아 올리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가 됐다.

“제발 좀 빠지라고 하더라.” 베이징올림픽 하면 떠오르는 기억은 무엇일까. 이승엽은 다소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안 좋은 기억은 빨리 지워야 하는데 오히려 오랫동안 남더라”고 운을 뗀 이승엽은 “일본과 준결승을 치르고 있었는데, 관중석에서 한 팬이 ‘제발 좀 빠져라’고 비난하더라. 마지막에 극적인 홈런을 때려내긴 했지만, 그전까진 사실상 한 게 없었다. 나라를 대표에서 나갔지만 되레 민폐를 끼치는 것 아닌가 싶었다. 정말 힘들었다”고 되돌아봤다.

물론 나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금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는 물론, 후배들과의 소소한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승엽은 특히 후배 이택근(37·넥센)과의 기억을 꺼내보였다. 이승엽은 “당시 택근이가 내 룸메이트였다. (중요한 시기니) 감기 걸리면 안 된다면서 내가 잠들면 에어컨을 꺼주곤 했다. 자처해서 뒤치다꺼리를 해준 셈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후배끼리의 융화가 잘 됐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웃었다.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이날 경기 전까지 삼성은 115경기를 치른 가운데 45승4무66패(승률 0.405)를 기록, 9위에 올라 있었다. 현실적으로 가을야구는 힘든 상황. 이승엽은 “이제 선수로서 뛸 수 있는 경기가 30경기도 안 남았다”면서 “후회는 없다. 하지만 23년 동안 한결같이 해왔던 것을 24년째엔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쉽긴 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퇴를 하고나면 아침에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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