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다음

입력 2017-08-01 18:59:08, 수정 2017-08-01 19:01:24

[차길진과 세상만사] 127. 유령호텔 괴담

  • 프로야구가 후반기에 접어들고 각 팀 간에 순위싸움이 갈수록 치열하다. 특히 중위권 싸움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다. 기아는 선두로 독주하고 넥센히어로즈는 예전처럼 홈런은 많지 않지만 팀의 상징인 화수분 야구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요즘처럼 날씨가 무더울 때는 돔구장이 제격이 아닐 수 없다. 선수는 말할 것도 없고 구경하는 관중들도 시원하니 말이다.

    야구선수들은 원정경기를 자주 다닌다. 원정에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사건과 사고를 자주 듣게 되는데 기억나는 한 가지가 있다. 약 25년 전, 한 모임에서 신문사 기자가 재미있는 사건이 하나 터졌다며 말을 꺼냈다. “얼마 전 모 야구팀이 전라도 지방의 한 호텔에 투숙 했다가 단체로 처녀귀신을 만났다고 합니다. 건장한 야구선수들의 매력에 귀신도 차마 그냥 지나치지 못했나 봅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새벽녘에 단체로 처녀 영가를 목격했다는 야구팀은 다음날 경기에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여 극적인 승리까지 거머쥐었다는 것. 기자는 “아무래도 처녀 영가가 멋진 야구 선수들에게 준 선물이 아니었을까요?” 하며 매우 흥미로워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로 영가들은 1대 1에는 강하지만, 여러 명 앞에 나타나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처녀 영가가 야구 선수들 앞에 나타났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혹시 남자에게 특별한 한이라도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 의문은 한 달도 못 가 풀렸다. 야구선수단이 묵었던 그 호텔 사장이 나를 찾아온 것이다. “호텔을 팔고 싶은데, 도무지 나가질 않습니다. 이제는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까지 퍼져 사려는 사람이 없어요.” 호텔 사장은 한숨을 쉬더니 호텔에 처녀 영가가 나타나게 된 사연을 이야기 했다.

    그 호텔에 처녀 영가가 나타난 것은 꽤 오래 전이었다고 한다. 1970년대 말 통행금지가 있었을 때, 어느 커플이 통금을 피해 호텔에 투숙했다. 남자는 순결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여자를 강제로 성폭행하려 했다. 여자는 반항하다 도망치듯 4층에서 뛰어내렸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이후 죽은 여자 영가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다 잘 생긴 남자가 호텔에 묵는 날에는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다고.

    호텔 사장의 간절한 청을 거절 못한 나는 ‘고스트 버스터’의 임무를 띠고 처녀 영가가 출몰한다는 공포의 4층 복도 끝 방에서 하룻밤을 투숙하게 됐다. 호텔에서나마 간략한 구명시식을 올려주기로 마음먹은 나는 그녀가 오기까지 가부좌를 틀고 앉아 깊은 명상에 임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서늘한 냉기와 함께 나타난 처녀 영가는 다짜고짜 “결혼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누군가를 향해 손짓을 했다. 이어 나타난 남자 영가. 서른 안팎의 그는 수줍게 인사하더니, 자신을 ‘빠찡꼬를 하다 매 맞아 죽은 남자’라고 소개한 뒤,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니 꼭 결혼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그들의 간곡한 청에 의해 모두가 잠든 깊은 밤, 내 방에서는 뜻하지 않게 억울하게 죽은 두 영가를 맺어주는 영혼결혼식이 치러졌다.

    몇 달 뒤, 호텔 사장은 “드디어 바라던 대로 호텔이 팔렸다”며 내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얘기를 그 기자에게 전하자 “처녀 영가가 야구팀에는 승리를, 사장님에게는 호텔이 팔리게끔 도와줬습니다. 역시 중요한 일에는 영가의 힘이 필수입니다. 필수!”라며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요즘 야구장에 가면 예전보다 여자 관중들이 많아졌다. 파이팅 넘치는 경기도 보고 잘 생긴 선수들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영가도 반한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로 한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주기를 바란다.

    (hooam.com/ whoiamtv.kr)

HOT레드

  • 오늘의 파워링크
  • Today 정보
  • 이시각 관심뉴스
  • Today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