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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7-30 19:23:28, 수정 2017-07-30 19:23:28

[차길진과 세상만사] 126. 올 여름은 구조요원이 바쁘지 않기를

  • 지구의 70%는 물이며, 사람의 몸도 70%가 물이다. 태생적으로 물과 함께한 인간은 물과 보이지 않는 인연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물을 바라보면 순간 묘하게 끌리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멍한 얼굴로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 때문에 해안구조대가 바빠진다. 특히 휴가철인 여름에는 그런 사고들이 많다고 한다.

    얼마 전 중부지방에 큰 비가 내렸다. 집중호우로 인해 재산피해는 물론이고 안타까운 인명피해까지 있었다. 그런 사고가 발생하면 구조하는 사람들이 바빠진다. 인명을 구하려 시간을 다투어 달려가지만 이미 늦어버린 경우 허탈해진다. 해병대 출신으로 물과 함께 오랫동안 생활해온 H씨는 스쿠버 다이버들 사이에서는 ‘절대지존’으로 통했다. 그런 그가 나를 만나 구조에 관해 얘기를 하다가 한마디 했다. “분명히 영혼은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예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백담사에 머물고 있을 때의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버스까지 대절해가며 백담사를 오가곤 했었다. 백담사로 가는 인제에는 군축교라는 다리가 있는데 1990년 11월 당시 백담사에서 전(全) 전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오던 버스가 이 다리에서 추락했다.

    소양호를 가로지르는 군축교는 내리막커브길 끝에 위치해있다. 그 길을 과속으로 달리다 트럭과 충돌해 사고가 난 것이다. 이때 사망한 인원은 21명으로 대부분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지만 졸다가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것이 대형 참사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제가 인명구조를 하러 군축교로 갔을 때는 이미 모두 사망했다고 봐야 했습니다. 문제는 그 많은 익사자들의 시신을 어떻게 인양하느냐에 있었습니다. 사실 군축교라는 다리가 그다지 위험한 다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10년 전에도 똑같은 사건이 발생했었지요.”

    1979년 당시에도 군축교에서는 수십 명이 똑같은 자리에서 익사하는 사건이 있었다. “수중에서 일어나는 참사는 대부분 같은 장소에서 발생합니다. 아무래도 물속에 있는 영혼들이 또 다른 희생양을 부르는 것은 아닐까요?” 그는 자기의 생각을 말하며 나의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한강에도 그런 자리가 있다고 했다. “한강의 많은 다리 중에 유독 그 다리에서만 사람들이 자주 떨어지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신이 발견되는 장소 또한 일치합니다. 항상 교각 틈 사이에서 시신이 발견되니까요. 이게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아주 많습니다.”

    한번은 국가대표 윈드서핑 선수가 한강에서 윈드서핑을 즐기다 실종된 적이 있었다. 워낙에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라 아무도 그가 빠져 죽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더군다나 그는 구명조끼까지 착용한 상태라 사고를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그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H씨에게 수색 요청을 하게 되었다고. 그런데 수색요청이 들어오기 직전 그는 낮잠을 자다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다. 바로 누군가가 교각 틈 사이에서 떨고 있는 모습이었다. 순간 놀라 일어난 그에게 걸려온 것이 시신 수색 요청 전화였다. 그는 잠수복을 챙겨 입고 바로 그 교각을 향해 다이빙했다. 그리고 사라진 국가대표 선수는 그 교각 틈에 끼어있었다.

    경찰이 조사한 사고원인은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 선수가 탔던 요트의 돛대가 부러지면서 구명조끼를 찢었고, 동시에 그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는 바람에 뇌진탕으로 쓰러져 익사하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운이 없었다고나 할까.

    “이 넓은 한강에서 어떻게 그렇게 쉽게 시신을 찾으셨습니까?”라고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물속 영혼이 불러 찾아갔을 뿐입니다”라고. 그만큼 물과 사람의 죽음은 묘한 상관관계가 있다. 본격적으로 물을 가까이하는 휴가철이 됐다. 그저 구조요원들이 바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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