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에게도 무더위는 반드시 극복해야 ‘자연재해’다. 특히, 순위 싸움에서 ‘가을야구로 가는 고빗길’이라고 불릴 정도로 여름을 어떻게 잘 넘기느냐에 따라 팀 성적이 좌우될 수도 있다. 때문에 각 팀들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26일 KIA와 SK가 맞붙은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1루측 원정 더그아웃에 일명 ‘코끼리 에어컨’이라 불리는 이동식 에어컨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에어컨은 전면에 길쭉하게 나온 송풍구 두 곳에서 차가운 바람을 뿜어댄다. 그런데 송풍구가 코끼리 코를 닮았다고 해서 ‘코끼리 에어컨’으로 불린다. 효과는 꽤 좋은 편이다. 코끼리 에어컨이 가동되면 더그아웃은 진정한 냉기가 감돈다. SK는 7월 코끼리 에어컨을 협찬받았고, 원정경기에 갖고 다닌다. 가격은 1대당 150만 원으로 알려졌다.
35도 이상의 가까운 땡볕 아래서 고된 훈련을 하고 있는 마치고 돌아오는 SK 선수들은 송풍구 앞에서 한참을 머무르다가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SK 선수들 및 코칭스태프는 이 코끼리 에어컨의 찬바람이 한여름 무더위에 컨디션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박경완 배터리 코치는 직접 코끼리 에어컨 사용법을 취재진에 전달했다. 포수조 연습을 마친 뒤 더그아웃을 찾은 그는 두 팔을 송풍구 안에 넣더니 “이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 여러분도 한번 해 보시면 알 것”이라면서 “그라운드에서 훈련한 뒤 바로 땀을 식혀줄 수 있다. 말이 필요없어요. 이리로 와 보세요”라고 말했다.
주전 유격수 나주환은 “선수들 체력관리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 더운 여름철이라고 생각한다. 잠시나마 더위를 식힐 수 있어서 좋고 이 앞으로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왔다갔다하니 더 잘 마주치고 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코끼리 에어컨은 ‘신기한 물건’이다.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은 “내 기억으로는 내가 있었던 여러 미국 팀에도 더그아웃에 에어컨을 설치해두었던 팀은 없었던 것 같다. 더운 날씨에 몸을 편안하게 가라앉힐 수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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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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