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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25. 현실 도피 자살은 '범죄'

입력 : 2017-07-25 19:25:40 수정 : 2017-07-25 19: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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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공무원의 자살, 비리 공무원의 자살 등 요즘 신문에 공무원의 자살에 관한 기사가 자주 오른다. 최근에는 관급공사 비리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던 경북의 한 공무원이 자살을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무엇이 진실인지 본인만이 알 수 있지만 목숨을 끊을 만큼의 잘못인지 그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어려웠던 시절보다도 인명경시 풍조가 더 심해졌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자살하는 장소로는 한강을 꼽을 수 있다. 한강의 역사를 보면 일제강점기 때부터 지금까지 한강은 그런 오명의 장소가 됐다. 지난 5년 동안 한강에 투신한 사람이 150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중에서 마포대교가 대표적인 장소라고.

 자살률이 어느 해보다 급증할 때 한강 근처에 거주하던 50대 여성이 찾아온 적이 있다. 그녀는 사회 고위층 인사의 빈번한 투신자살로 한 달에 한 번꼴로 시신 수색작업이 벌어지는 통에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있었다. “밤마다 영가 때문에 너무 무서워서 꼬박 날을 밝힙니다. 제발 그곳 영가들을 안정시켜 더 이상 사고가 없게 해주세요.”

 한강 투신 자살자 영가의 구명시식은 자금까지 여러 차례 올렸다. 투신한 이유는 다양하지만 주로 경제난, 가정불화, 고독감, 이별로 인한 비관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검경(檢警)의 조사를 받는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투신 장소가 됐다. 이를 두고 영가가 다른 영가를 죽음으로 유혹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살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홍콩 영화배우 장국영의 죽음처럼 다른 영가들의 유혹에 의한 영혼적 타살과 본인 스스로 너무 나약한 마음을 갖고 있어 생명을 끊는 자의적 자살이 있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는 극히 드물며 자살은 대부분 후자 쪽이다. 표면상 고위층의 한강 투신은 영혼적 타살로 보이지만 그들 역시 후자의 경우로 자살했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에 한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투신자살한 속내는 무엇일까. 그것을 전부 알 수는 없지만 불현듯 예전 등산을 갔던 일이 생각났다. 사람 많은 등산로 어딘가에서 “내 모자! 내 모자!” 하는 소리가 들렸다. 대머리의 중년 남성이 바람에 날아간 모자를 쫓아 등산로를 거슬러 내려가고 있었다.

 모자는 흙바닥을 구르며 빠른 속도로 내려갔고 이를 보는 등산객들은 대머리 중년 남성의 안타까운 마음도 모른 채 신나게 웃었다. 결국 모자를 손에 넣은 남성은 붉어진 얼굴을 애써 모자로 감추면서도 배시시 웃으며 일행을 뒤쫓았다. 멀리서 ㅔ차라리 버리지 그랬어. 창피하지도 않아요?”라며 핀잔주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이, 나 때문에 웃었으면 됐지.” 낙천적인 그 말 한마디에 같이 웃던 모든 이의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바람에 모자가 날아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즐겁게 웃어넘기고 어떤 이는 당황하며 창피함을 참지 못하고 도로 하산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인연과 배려, 그리고 기다림이 없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덕목은 남보다 자신에게 먼저 적용된다. 자기 자신의 영혼과 육체의 인연을 소중히 하고 이를 배려하며 부족한 자신을 기다릴 줄 알아야 도중하차 없이 정상에서 웃을 수 있다.

 사회 고위층 인사의 자살을 두고 오죽했으면 죽음을 선택했냐는 동정 여론도 있지만 영계의 판단은 다르다. 그들의 죽음에는 앞서 말한 인연, 배려, 기다림이 없다. 어쩔 수 없는 자신과의 인연으로 받아들이고, 때로는 그것이 생전 처음 당해보는 씻을 수 없는 치욕으로 다가와도 업장을 녹이는 방편으로 생각해야 한다. 한 순간을 내려놓아야 함에도 찰나를 참지 못해 죽음을 선택한다면 인격과 육체를 가진 영혼의 그레이드는 영계의 냉혹한 법칙에 의해 저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만다.

 인간이기에 치욕을 참을 수 없고 순간적인 탐욕에 눈이 어두워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 자살로 현실을 도피하려는 행위는 영계에서 보면 지극히 오만한 범죄에 속한다. 스스로 몸을 낮추어 반성하고 기다림을 깨닫는다면 자살률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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