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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7-24 12:00:00, 수정 2017-07-24 13:18:03

[연예세상 비틀어보기] '군함도'와 '덩케르크'의 차이점

  •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군함도’는 목적이 분명한 영화다. 대중의 분노를 유발한다. 재벌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를 표현해서 1340만 흥행에 성공하는 쾌감을 경험한 류 감독은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한민족이 잊고 있었던 역사적 비극에 접근했다. 일제 강점기, 군함도(하시마)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가 반일 감정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는 기획 단계부터 있었다. 제작보고회에서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는 “영화가 성공하면 한일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영화의 몇%가 사실이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류 감독은 “영화의 몇%가 사실이라고는 말 못하겠다”라고 하면서도 “조선인들이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징집되었고 원치 않는 방식으로 노동했으며 그에 대한 임금과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은 취재한바 사실이다”라고 대답했다.

    이런 ‘군함도’가 지난 19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개봉은 26일) 역시나 영화는 전범기(욱일승천기)를 찢는 장면을 클로즈업 하는 등 일본에 대한 분노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류 감독이 일본보다 더 분노하는 대상이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같은 조선인을 괴롭히고 이용하는 부역자와 변절자들, 일명 친일파다.

    영화는 결정적인 상황에서도 패가 갈려 갈등하고 쉽게 선동당하는 조선인들의 습성을 비판한다. 영화를 본 이들의 분노가 우리 내부의 적, 민중을 착취하는 기득권층으로 향할 수 있도록 연출됐다.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류 감독의 정치성향이 반영된 부분일수도 있다.

    류 감독은 “일제강점기, 뚜렷하게 제국주의를 가지고 제국에 모든 악을 씌워 다루려 하지 않았다”며 “전쟁의 과정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약해지는지 그리고 나약한 줄 알았던 사람들이 강해질 수 있는지, 과거를 통해 지금을 어떻게 돌보고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지,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만들었다. 무조건 조선인들을 좋게만 그리는 것이 흥미롭지 않은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군함도’를 다루는 미디어는 벌써부터 1000만 흥행은 기정사실인 것처럼 묘사한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등 스타배우들이 출연했으니 흥행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지사. 더불어 ‘군함도’를 섣불리 비판했다가는 친일파로 몰릴 수도 있으니 칭찬 일색의 반응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또 용기 있게 말한다면 ‘군함도’는 흥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영화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재미’다. 류 감독의 정치적 욕심은 영화의 완성도를 흔들었다. 그리고 분노에 집중하다 보니 웃음을 잃어버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를 보고나니 ‘군함도’가 명분도 놓쳤다는 점을 깨달았다. 류 감독의 연출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안타깝지만 단번에 비교된다.

    ‘덩케르크’는 제 2차 세계대전을 다루지만 적(독일군)을 직접적으로 등장시키지 않는다. 분노를 극대화하는 연출을 피했다는 뜻이다. 대신 영국 국적인 놀란 감독은 병사를 구하기 위해 자진해서 배를 몰고 전장으로 달려가는 아버지를 통해 영국인들의 자긍심을 강조한다. 지친 병사에게 따뜻한 차와 빵을 대접하는 여인. 패배에 좌절하며 “우리가 부끄럽지”라고 말하는 병사에서 “살아 온 것만으로도 잘했다”라고 위로하는 노인 등 ‘덩케르크’에는 따뜻한 메시지가 가득하다.

    “분노하라”고 부추기는 영화와 화해를 이야기하는 영화. 지금 우리 관객들에게는 어떤 영화가 더 필요할까.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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