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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7-16 19:24:32, 수정 2017-07-16 19:57:52

[차길진과 세상만사] 122. 세상에 비밀은 없다

  • 옛말에 ‘살아서 진천, 죽어서 용인’이라는 말이 있다. 염라대왕이 저승사자를 시켜 명이 다한 사람을 데리고 왔는데 진천에 있는 아무개를 잘못 끌고 왔다. 염라대왕은 놀라 그 아무개를 다시 보냈는데 이미 아무개는 장례가 끝나 시신이 썩어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용인에서 막 세상을 떠난 사람의 시신 속으로 진천의 아무개를 들여보냈다.

    전후 사정을 알게 된 진천에 있는 아무개의 가족과 용인에 있는 가족들은 서로 자기들과 살아야 한다고 우기며 싸우기 시작했다. 마침내 고을 수령에게 판결을 부탁했다. 수령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몸은 용인 사람이지만 영혼은 진천 사람이라 결론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며칠 후 고을 수령은 두 가족을 모아놓고 다음과 같이 판결을 내렸다. “3개월은 진천에 살고 3개월은 용인에 살도록 해라.” 이렇게 해서 염라대왕의 실수로 잘못 끌려온 진천 아무개는 수령의 말에 따라 평생 3개월씩 진천과 용인을 오가며 살았다고 한다.

    지난 13일 전북 전주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시신이 뒤바뀐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장례식장에서 할머니의 발인을 마친 유족들이 운구차에 시신을 싣는 순간 관에 다른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놀라 장례식장 측에 확인을 요구했다. 이에 장례식장측은 착오로 다른 시신이 왔다며 이름이 제대로 적힌 관을 다시 가져왔다. 그러나 화장터에 도착한 유족은 다시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관에는 할머니가 아닌 앳된 남학생의 시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이나 시신이 바뀐 황당한 상황에 유족들은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다. 다행히 화장 전이어서 시신을 교환하고 무사히 화장을 마쳤다고 한다.

    이 경우는 늦기 전에 시신을 찾아 장례를 마칠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이미 늦어버려 어쩌지 못한 경우 유족들은 얼마나 두고두고 한이 되었겠는가. 몇 년 전 병원의 실수로 시신이 뒤바뀐 가족에게 법원이 3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있었다. 지병으로 숨진 어머니를 병원에 안치했다가 시신이 뒤바뀐 사실을 뒤늦게 알고 가족들이 찾으러 갔으나, 같은 날 출상한 2구의 시신이 모두 화장된 사실을 알고는 병원 측에 50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5000만 원의 위자료는 너무 과한 청구라며, 35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병원에서 시신을 성실히 보호하고 관리할 의무를 게을리 했다는 것이 판결 이유였다. 하지만 위자료로 얼마를 받았든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어머니에게 불효했다는 마음의 상처는 평생을 가는데 그것이 돈으로 치유가 되겠는가.

    시신이 바뀌는 경험은 나에게도 있었다. 내가 구명시식을 시작하던 무렵, 구명시식에 나타난 영가가 충격적인 말을 꺼냈다. “내 시신은 이미 화장되었고 내 자리에는 다른 시신이 매장되어 있다”는 말이었다. 다시 말해 시신이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가족들은 순간 무슨 얘기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아무 문제없이 장례를 잘 치렀기 때문이었다. 마침 그 자리에 동석한 모 일간지 기자가 있어 내 말을 듣고는 한번 무덤을 파보자고 했다.

    이에 흥분한 가족들은 기자와 함께 공원묘지로 달려갔다. 기자는 특종이라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침내 묘소 앞에 사람들이 모두 모였고 그 중 한 사람이 “차 법사의 말이 맞으면 이곳에 매장되어 있는 시신은 다른 사람일 겁니다. 어디 한번 파봅시다”라며 흙 한 줌을 퍼 올리려던 찰나, 가족 중에 고모부가 “잠깐만!”하면서 삽질을 막았다.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려고 했습니다만, 일이 이렇게 커졌으니 어쩔 수 없게 되었습니다”라며 털어놓았다. 그는 출상하는 날 관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급히 병원 측에 얘기를 했으나 시신은 이미 화장되었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고 했다.

    영안실 담당자는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고 이미 시신도 화장한 터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남의 시신으로 장례를 치르고 비밀을 무덤 속까지 가져가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구명시식을 통해 이 사실을 알아냈으니 그가 얼마나 놀랐겠는가. 이처럼 세상에는 비밀은 없다. 특히 영혼의 세계는 감춘다고 영원히 감춰지는 게 아니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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