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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7-17 06:30:00, 수정 2017-07-17 15:48:26

[이혜진의 크레딧씬] 우리는 이승엽이 '고맙고' 또 '미안'하다

  • [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야구를 한 것은 행운이었다. 감사하다.”

    ‘라이언 킹’ 이승엽(41·삼성)의 마지막 올스타전이 끝났다. 어느덧 두 아들(은혁, 은준)의 아버지가 된 이승엽은 최고령 올스타라는 타이틀과 함께 20년 전 그날(1997년 7월 8일)처럼 팬들 앞에 섰다. 끝내 ‘미스터 올스타(올스타전 MVP)’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1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승엽은 “전성기였던 2000년 초반에는 야구를 잘해서 행복했고, 지금은 박수를 받으며 떠날 수 있어서 ‘더’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리는 왜 이승엽을 ‘살아있는 전설’이라 부르는가. KBO리그 통산 1852경기에서 타율 0.303(6946타수 2105안타) 459홈런 1466타점 1328득점을 올린 이승엽. 줄줄이 나열하기도 벅찬 수많은 기록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승엽 세 글자를 연호하는 이유는 비단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1995년 고졸신인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무대에 처음 섰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언제나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했던 이승엽이기도 했다. 마지막 축제를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이승엽은 “프로야구가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올해도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많았다. 나를 비롯해 프로야구 전체가 반성해야 한다”고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클린베이스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음주사고에 선수들 사생활 문제, 심판 금품 수수, 나아가 승부조작까지 매년 불미스러운 일로 몸살을 앓는 프로야구에 경종을 울리는 한마디였다.

    “베테랑을 뛰어 넘어라.”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승엽은 “이제 프로야구의 중심은 젊은 선수들이 되어야 한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베테랑을 넘어서길 바란다. (그동안) 베테랑을 이기지 못한 후배들의 반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대 최연소 올스타 기록을 새롭게 작성한 이정후에게 “야구인 2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 것 같다.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지막도 함께여서 좋았습니다.” 올스타전이 끝나고 취재진들 앞에서 담담하게 소감을 전하는 이승엽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구자욱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나온다”면서 “이번 시즌이 끝나면 옆 사물함이 비게 될 텐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을 대변한 말이었다. 쉼 없이 달려온 이승엽에게 어울리는 작별 선물은 화려한 찬사가 아닌,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발전하는 프로야구의 진정성이 아닐까 싶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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