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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톡] '박열' 이제훈 "내 아이가 봐도 부끄럽지 않을 영화다"

입력 : 2017-07-02 11:07:39 수정 : 2017-07-02 11: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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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최근 일본 정부가 1923년 발생한 관동 대학살에 대한 유감의 뜻을 밝힐 예정이 없다는 답변서를 채택했다는 언론보도가 전해졌다. 관동 대학살은 일본인들이 무고한 조선인 6000여 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관동 대지진 당시 민란의 조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고, 폭동을 일으킨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벌어진 참극인 것.

영화 ‘박열’은 9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일본 정부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당시 상황을 그렸다. 1923년,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의 믿기 힘든 실화가 이야기의 큰 줄기다. 배우 이제훈은 박열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조선인 학살 문제를 무마시킬 희생양, 박열로 분해 일본 제국을 제대로 뒤흔들었다.

-포스터가 인상적이다. 이제훈 같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분장을 한 후에 거울을 보는데 낯설더라. 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 현장의 스태프들도 나를 모르더라. 당황스럽긴 했지만 내가 캐릭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생겼다.”

-이제훈의 새로운 모습을 봐서 좋았다.

“앞으로 이런 강렬한 연기를 또 보여드릴 수 있을까. 여러모로 ‘박열’은 나에게 감사한 작품이다. 배우로서 내 필모그래피에 ‘박열’이라는 작품을 남길 수 있어서 행복하다.”

-메시지가 좋아서 선택했나.

“이준익 감독님과 작품을 할 기회를 꿈꿨는데 제의가 와서 좋았다. 시나리오를 읽어본 후 느낀점은 일반 상업영화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었다. 일제 강점기의 이야기를 전작 ‘동주’에서 보여주셨는데 ‘박열’은 그 연장선상에 있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과연 이 인물을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라. 실존인물이고 전달하는 메시지가 커서 역할 소화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 촬영에 들어간 후엔 늘 신중하게 연기했다. 간단하게 넘어간 신이 하나도 없다.”

-어떤 고민이었는지 자세히 말해달라.

“박열은 이성적 판단과 논리를 바탕으로 한 일본에 대한 반감을 행동으로 옮겼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내더라. 감복했다. 22년 2개월이란 시간을 감옥에서 생활한 분이다. 그분의 신념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경외심이 생겼다. ‘내가 이런 인물을 연기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이 컸다.”

-현장에서 금식을 했다고.

“입 주변 수염을 한 올 한 올 붙인거다. 그래서 음식을 먹으면 떨어지거나 모양이 흐트러진다. 큰 스크린으로 봤을 때 분장이 다르면 옥의 티처럼 느껴져서 관객의 집중이 깨지지 않나. 그래서 그냥 마실 수 있는 단백질 쉐이크를 24회차, 그러니까 6주간 마셨다. 쌀은 최대한 피했다.”

-가장 생각나는 음식은 무엇이었나.

“떡볶이. 촬영을 마치고 떡볶이를 먹는데 맵고, 달고, 고소하고 엄청나게 많은 맛의 감각을 일깨워줬다(웃음). 이 작품을 통해 하나의 음식에 다양한 맛이 들어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준익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또 하고 싶은 감독님’이라고 입을 모으더라. 나도 감독님과 작업을 하면서 같은 생각을 했다. 고되고 힘든 촬영인데 감독님과 함께 하면 그게 극복이 된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즐겁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네 자유다. 마음껏 해’라며 풀어주는 스타일이다. 한 번도 디렉션을 준 적이 없다. 정해진 큰 원 안에서 나가지 않도록, 그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이랄까. 그러면서 배우가 현장에서 잘 놀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준다. 또 우리가 회차도 적고 저예산 영화라 하루에 소화할 양이 많았다. 그런데 감독님이 첫 연기, 첫 감정을 중요시 생각하신다. 편집하실 때도 거의 첫 촬영분을 담아내시더라. 그래서 더 연기에 집중을 하게 된 듯 하다.” 

-또 만날 생각이 있나.

“감독님께서 불러주신다면 배우가 아니더라도 좋다. 마이크나 반사판을 들고 있으라고 해도 함께 하고 싶다. 연기를 처음 배울 때 설레고 흥분되던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감독님과 있을 땐 매 순간 그렇다.”

-벌써 데뷔 10년 차 배우다.

“20대 초반에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멋진 배우가 되면 내 목표를 달성한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아니다. 배우는 많은 분들에게 인정 받으며 선택 받는 직업이다. 지금 성적이 좋다고 안주할 수 없다. 스스로 갈고 닦아야 한다. 들어오는 배역도 커진다. 이젠 연기를 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책임을 져야하는 위치까지 왔다는 거다. 그런 부분이 두렵다. 책임감도 막중하고. 때문에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보면 존경심이 절로 생긴다.”

-지금 이제훈에게 ‘박열’은 어떤 영화인가.

“언젠간 결혼도 하고 자식도 생길텐데, 그 아이에게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을 작품이다. 영화를 통한 행복, 즐거움을 넘어 머리가 기억하고 가슴에 남을 영화다.”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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