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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의 페어볼] 박세웅의 진심 담은 사과와 화도 못 내는 두산

입력 : 2017-06-26 15:45:36 수정 : 2017-06-26 15: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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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 “우∼ 우∼”

25일 잠실 롯데 두산전, 4회말 2사 만루 롯데 선발 박세웅이 오재일에 초구 볼을 던지자 1루측 두산 관중석에선 야유가 흘러나왔다. “내려가라!”는 한 남성팬의 모난 외침도 들렸다. 박세웅은 직전 5번 양의지와 6번 민병헌에 연속사구를 던졌다. 양의지는 왼손목을 맞고 쓰러졌다. 진정되려던 찰나 이번에는 민병헌이 오른손을 맞고 쓰러졌다. 두산팬들의 야유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골절 부상이었다. 26일 정밀검진 결과 양의지는 좌측 다섯번째 손가락(중수골) 미세골절, 민병헌은 우측 약지(중절골) 골절 소견을 받았다. 수술까지는 필요없지만 보조기를 착용해야하고 치료기간도 경과를 봐야한다. 아무리 빨라도 복귀까지 한 달 정도 걸린다고 볼 때 전반기는 끝이다.

양의지와 민병헌은 핵심자원이다. 공수 모두 이들을 대체할만한 선수는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없다. 한 마디로 두산은 전력에 치명타를 입었다. 롯데로 대입하면 이날 선발 이영하가 강민호와 손아섭에 연속 사구를 던져 쓰러뜨린 것과 다름없다. 양의지의 사구야 백번 양보해 이해한다고 해도 민병헌의 사구는 황당할 지경이다. 더욱이 민병헌은 올 시즌 후에 FA 자격을 취득하는 선수다.

그렇다고 박세웅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도 애매하다. 고의성이 없다는 게 명백해 두산 벤치도 아무런 말을 못했다. 박세웅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표정에 미안함이 묻어나왔다. 이닝을 마치자 모자를 벗고 두산 더그아웃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경기 후에는 “팀이 이기고 지는 것보다 걱정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고의성이 느껴졌다면 벤치클리어링이라도 벌여 복수(?)라도 해줬을 텐데 두산은 그저 온연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명백한 부분은 박세웅이 잘못했다는 점이다. 두산이 피해자고 박세웅이 가해자다. 이 점은 분명히 해야한다. 야유를 받은 박세웅의 심리적 아픔은 실제 부상을 당한 두 선수보다 존중받기는 어렵다. 물론 박세웅도 향후 몸쪽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게 될 게 틀림없다. 만약 다른 팀과 상대할 때 똑같은 장면이 나온다면 더 이상 고의가 아니더라도 면죄부를 받지 못한다.

지금 두산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데 참아야하는 처지다. 투수들은 1구1구 신중해야한다. 그들은 흉기를 던지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민병헌이 25일 잠실 롯데전에서 사구를 맞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두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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