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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08. 이식 수술로 알게 된 영혼의 DNA

입력 : 2017-05-29 04:40:00 수정 : 2017-05-28 18: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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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나 지금이나 영혼얘기는 증명하기 어려운 미스터리다. 과학자도 겉으로는 믿지 않는다면서도 내심 인정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사람의 영혼이 뒤바뀔 수 있다면 또 어떨까? 여자가 남자, 노인이 청년의 몸으로 영혼이 서로 뒤바뀌어 일어나는 해프닝을 소재로 한 영화가 국내외적으로 지속적으로 개봉하고 있다. 그런 영화가 나올 때마다 흥행이 되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그런 재미있는 상상을 많이 하고 있다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실제로 미국의 첨단 병원에서 일어난 적이 있다.

50대 여성이 심장 질환으로 위급한 상태였다. 심장기증자도 드물 뿐더러 부작용이 없는 심장을 찾기란 보통 일이 아니다. 다행히 어느 뇌사자로부터 체질에 딱 맞는 심장을 기증받게 됐고, 수술 후 여인은 기적적으로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다. 그런데 얼마 후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들에게 긴급 비상회의가 소집됐다. 그 자리에서 상기된 얼굴의 환자 가족이 환자의 기묘한 행동을 털어놓는 게 아닌가.

“평소에는 입지 않던 청바지만 즐겨 입더니, 침실 벽에는 온통 10대 여자 연예인들의 사진을 붙여놓고, 갑자기 생전 타본 적도 없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세요. 아무래도 예전의 그녀가 아닌 것 같아요. 수술의 후유증인가요?”

의료진들은 혹시나 해서 심장 기증자의 생전 신상을 파악하다가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심장 기증자는 19세 남성으로 청바지를 즐겨 입었고, 취미가 스타들의 사진 수집이었다. 또 오토바이를 즐겨 탔다는데 뇌사도 오토바이 사고 때문이었다. 이런 사실을 모두 알게 된 의료진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정신적인 현상은 모두 뇌에서 관장하고 인성은 유전자에 의해 전해진다는 것이 의학의 기본 상식이다. 그런데 뇌를 이식한 것도 아니고, 단지 장기 하나만 바꾼 것일 뿐인데 사람 전체가 뒤바뀌어 버리다니. 도저히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육체 너머에 보이지 않는 영혼의 심장이 뛰고 있을지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하기 시작했다.

현대 과학을 비웃는 듯한 또 하나의 사건이 미국의 어느 백화점에서 벌어진 적이 있다. 백화점 측에서는 하도 물건이 도난당하자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으나 획기적인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심리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매장에 ‘나는 물건을 훔치지 않는다’라는 음성녹음을 반복해서 틀어놓았다. 이후 백화점 안에서 도난사고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백화점의 기쁨은 잠시였고 얼마 후 후유증이 발생했다. 반복된 음성은 손님들을 짜증나게 했고, 마치 예비 절도범으로 취급한다며 손님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에 고심을 한 백화점은 실험삼아 그 음성 녹음을 매우 짧게 축약해서 재생하기로 했다. 너무 빨리 돌아가니 “지직”하는 소리마저 거의 들리지 않는 상태였다.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데 무슨 효과가 있을까 했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정상속도였을 때와 똑같은 효과가 나타난 것이었다.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의사전달에 대해 기존의 어떤 과학이론도 이것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다. 사람 사이의 언어소통이 성대 울림과 귀의 고막을 통한 말소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로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뿐이었다.

심장 이식수술만으로 50대 여자의 몸에 19세의 남자 영혼이 깃든 것처럼 영혼의 DNA는 있다. 다만 영혼의 증명이 과학적으로 어려울 뿐이다. 예전에 지금은 고인이 된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가 나와 만나서 묻고자한 바도 이것이었다. 나는 그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소로 대답했다. 그는 한 마디도 녹음하지 못했고, 수첩에 한 글자도 적지 못했다. 자신의 질문에 침묵으로 대답한 사람은 내가 처음이었다며 훗날을 기약했다. 하지만 토플러는 끝내 소리 너머의 들리지 않는 언어를 알아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으며, 그의 수첩은 비어있는 그대로 세상에 남겨졌다.

봄이 되어 꽃이 피고 가을이 와서 낙엽이 진 것이지, 꽃이 피고 낙엽이 져서 계절이 바뀐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가을과 보이는 낙엽처럼 영혼과 육신의 관계 또한 그러하다. 보이는 육신이 없어졌다고 해서 보이지 않는 영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이다. (hooam.com/ whoiamtv.kr)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저서] 어느날 당신에게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전쟁, 효자동1번지, 영혼산책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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