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다음

입력 2017-05-26 05:30:00, 수정 2017-05-26 09:18:00

[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청춘! 나 내려놓으니, 우리 뜨더라

  •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한국 축구는 왜 어렸을 땐 잘하는데, 어른이 되면 못하나요.”

    초등학생 조카가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푹 빠졌다. 이승우(19·FC바르셀로나 후베닐A), 백승호(20·FC바르셀로나B)처럼 축구를 잘하고 싶다고 싱글벙글한다. 조카만 U-20 월드컵에 빠진 것은 아니다. 지난 23일 전주월드컵기장에 모인 전주 시민은 “기니전에서 감동하고, 아르헨티나전 응원을 또왔다”며 “아르헨티나에 이기는 모습을 보고 너무 짜릿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1, 2차전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총 6만4558명(1차전 3만7500명, 2차전 2만7058명)이 찾았다. 전주 시민이 66만명이라면, 10명 중 1명꼴로 경기장을 찾았다. 엄청난 열기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의 궁금증이다. 시민들도, 초등학생 조카도 “한국 축구가 왜 어렸을 땐 잘하는데, 어른이 되면 못하는 거야”라고 물었다. 이 질문 속에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성인(A) 대표팀의 부진과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의 활약을 대조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실제 축구팬이 느끼는 현실적인 질문이다.

    물론 이 질문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신태용호의 활약을 A대표팀과 비교해 한국 축구 전체의 문제점으로 일반화하고 있다. 명확한 대답도 내놓을 수 없다. 우선 선수 개개인 또는 인종적 신체 특성이 성인이 된 이후 달라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술적 차이도 발생한다. 한국 축구의 환경, 구조적 생태계가 세계 축구의 흐름과 다를 수 있다. 손흥민(25·토트넘), 기성용(28·스완지시티)처럼 성인이 돼서도 잘하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공감할 순 있다. 최근 5년간 국제대회 성적을 보면, 연령대별 대표팀이 참가한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2013 U-20 터키월드컵 8강, 2015 U-17 칠레월드컵 16강, 2016 리우올림픽 16강의 성과를 거뒀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A대표팀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실패했고, 2018 러시아월드컵으로 향하는 과정에도 잡음투성이다.

    경기 내용에서도 현재 신태용호만큼 큰 몰입도를 보여준 대표팀 경기는 없었다. 바르샤 듀오 이승우와 백승호, 헌신의 아이콘 조영욱, 캡틴 이상민, 실신 투지의 정태욱, 활력소 골키퍼 송범근, 흙 속의 진주 이진현 등 이들의 플레이 하나하나 팬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의 강점은 모두가 한목소리로 ‘우리’를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 이승우 백승호의 입 밖에서 ‘나’는 없었다. 팀이고 우리였다. 21명의 엔트리 선수 모두 “팀을 위해”를 외치고 있다. 골을 넣으면 ‘네 덕분’이며, 실점을 하면 ‘내 책임’이라고 말한다. 이 모습에서 “왜 어렸을 땐 잘하는데, 어른이 되면 못하나요”라는 어렵고 복잡한 질문의 대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 = OSEN

HOT레드

  • 오늘의 파워링크
  • Today 정보
  • 이시각 관심뉴스
  • Today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