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재벌 저격수' 김상조 공정위원장 내정자 29일 출항… 긴장하는 4대그룹

입력 : 2017-05-23 15:45:26 수정 : 2017-05-24 11:17:04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강용모 선임기자] 재계는 경제 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에 '재벌 저격수' 김상조 교수의 내정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는 오는 2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본격 출항을 하게 된다.

재벌 개혁 전도사’ 김 내정자는 “재벌 개혁의 목표는 경제력 집중 억제와 지배구조 개선”이라며 “기존처럼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에 대해 같은 규제를 적용하면 상위그룹에는 실효성이 없고,하위그룹에는 너무 엄격한 잣대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 내정자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성급하게 추진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소신을 재확인했다. 순환출자의 가공자본 창출력과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강화에 대한 교수 시절의 문제 인식이 변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재벌 개혁 방향과는 맞지 않다는 게 김 후보자의 설명이다.

지난 해 9만5000여 개의 순환출자를 해소한 롯데그룹도 아직 지주사 전환까지는 갈 길이 멀다. 새 정부의 공정위는 순환출자 해소 대신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자산 순위 상위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데 노력을 기울릴 방침이다. 없던 규제를 새로 만들지는 않지만 불공정행위를 과거보다 면밀하게 감독하고 보다 더 무겁게 처벌한다는 의미다.

김 내정자는 “대선 과정에서 ‘4대 그룹’이라고 규정했지만 4대 그룹 외에도 롯데 등을 포함해 자산 순위 상위 대기업에 정책 목표를 맞출 것”이라며 "공정위의 법 해석과 집행 재량권을 활용해 4대 그룹의 사안을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를 위해 ‘기업 집단국’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의 재벌개혁 의지 만큼은 변화가 없다. 국내외 경제 상황에 따라 현실적인 개혁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계를 중심으로 한 우려에 대해 김 후보자는 “개혁을 통해 재벌을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가맹점·대리점 거래 관행과 갑질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도 내비쳤다.

재계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공정위 리스크가 커졌다며 긴장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 내부거래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납품및 하청관련한 갑질 논란 등이 공정당국의 역점사업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에서 재벌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박근혜 전대통령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재벌들의 출연을 문제삼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천명했다.

◆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하나

재벌 개혁에 앞장서온 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되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 문제까지 얽힌 만큼 조만간 순환출자 해소 방안을 내놓으리라는 것이란 관측이다.

김 내정자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순환출자가 재벌그룹 총수일가의 지배권을 유지·승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룹은 현대차그룹 하나만 남았다”며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로 연결돼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0.78%,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 33.88%를 각각 보유했고 기아차는 현대모비스의 지분 16.88%를 갖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이같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면서도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는 시나리오로 3가지가 거론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처분해 오너 일가 등 대주주가 되사는 것이다. 이럴 경우 오너 일가→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지배구조가 단순해져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한층 강화된다. 다만 매입해야 하는 지분 가격을 따지면 4조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돼 부담이 클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주회사 설립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또 다른 방법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를 각각 계열사 지분 보유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계열사 지분 보유 투자회사를 합병해 지주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현대글로비스와 지주사를 합병하거나 오너 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29.99%를 지주사에 현물 출자해 지배권을 강화하는 절차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 LG그룹 '김상조 재벌개혁'의 태풍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김 내정자가 4대 그룹을 중심으로 한 재벌개혁 의지를 밝히면서 LG그룹이 ‘무풍지대’로 남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LG그룹은 오래전부터 정경유착과 거리를 두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춰내 주요 대기업집단 가운데 박근혜 게이트의 영향이 가장 적었는데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태풍권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승계와 관련한 뇌물의혹으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가장 민감한 입장에 놓여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특혜 의혹으로 강도높은 특검수사를 받았다.

LG그룹은 김 내정자의 발언에 비춰보면 상대적으로 재벌개혁의 칼 끝에서 비켜날 공산이 크다. LG그룹은 과거 박근혜 게이트 여파로 국내 주요 대기업 집단이 일제히 위기설에 휩싸일 때 사실상 유일하게 여파를 피해간 ‘무풍지대’로 꼽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의지로 과거부터 전경련 등 정경유착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단체와 연을 끊은데다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춰 경영승계 문제와도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지주사 LG가 LG전자와 LG화학, LG유플러스와 LG생활건강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모두 30% 이상 확보해 자회사로 두고 있는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구본무 회장과 장남인 구광모 LG 상무, 구본준 LG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LG 지분율도 1분기말 기준 47.9%에 이른다. 구 상무의 경영승계 가능성도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

LG그룹은 오래전부터 장자승계 원칙을 철저히 따르고 있는 만큼 경영권을 놓고 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적다.

금융계열사를 보유하지 않아 금산분리 논의와도 관계가 없고 지주사가 여러 사업분야에서 계열사간 시너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확실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지배구조도 가장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LG그룹도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따른 영향은 일부 받을 수 있다. 특히 LG상사의 물류자회사인 범한판토스에 구 상무의 지분율이 7.5%로 높아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경영승계 가능성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LG그룹이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게 될 것이다. 

ymkang@sportsworldi.com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옥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