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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21명 아들 품은 신태용, 한국 축구사 쓴다

입력 : 2017-05-23 05:30:00 수정 : 2017-05-23 09: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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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전주·권영준 기자] “가슴이 찢어지더라. 아들하고 약속했다. U-20 월드컵에서 꼭 성공하겠다고.”

2017년 새해가 떠오르던 지난 1월 스포츠월드와 만난 신태용 한국 20세 이하(U-20) 감독은 속내를 털어놓으면 눈시울을 붉혔다. 바로 아들 신재원(19·고려대) 군 때문이다. 재원 군은 2012 킹가컵 국제유소년대회 MVP,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준우승 주역이다. 당시 이승우(FC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그 역시 이번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무대를 꿈꾼 유망주였다. 그러나 신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자마자 “아들은 선발에서 제외한다”고 선을 그었다. 실력을 떠나 잡음을 없애기 위한 결정이었다. 당시 신 감독은 “모든 부모는 자신보다 자식 잘 되길 원한다”면서 “나 잘되자고 아들 가슴에 못을 박았다. 그런데 아들이 ‘아빠 기회는 또 있어요’라고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월드컵에 내 모든 것을 걸었다”고 울음을 삼켰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21명의 아들을 품었다. 환한 웃음 속에 눈물을 숨겨둔 그가 아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

신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축구대표팀은 23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아르헨티나와의 대회 조별리그 2차전에 나선다. 지난 20일 기니전(3-0 승)에서 대승을 거둔 대표팀은 기세를 몰아 아르헨티나도 넘어서겠다는 의지다. 신태용호가 이날 아르헨티나를 제압하면 3차전 결과와 관계없이 16강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다. 특히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U-20 월드컵 조별리그 1, 2차전 연승 기록을 세운다. 신 감독은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사상 첫 조별리그 1, 2차전 승리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훈련장 분위기도 밝다.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즐거움과 진지함의 경계선을 절묘하게 넘나든다. 신 감독의 지휘 철학 덕분이다. 지난 19일 기니전 전날 밤 10시가 넘어서 몇몇 선수가 숙소를 벗어나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이 드러났다. 이에 그는 “치료가 끝나고 취침까지 1∼2시간 시간이 빈다. 그 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선수 자유”라며 “컨디션 조절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 문제없다”고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휴대폰 사용 역시 “소셜미디어만 하지 않으면 자율에 맡긴다”고 전했다. 회복 훈련시 페이스 조절을 위해 선수단과 함께 뛰기도 한다. 공격수 조영욱(고려대)는 “감독님이 함께 러닝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라고 미소지었다.

신 감독의 U-20팀 지휘 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아들 재원 군이었다. 신 감독은 “아들이 19∼20세 또래 특성을 잘 알려줬다. 21명 모두 내 아들처럼 느껴진다”며 “가둔다고 능사는 아니다. 이들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팀을 하나로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전 승리 키포인트는 전술도, 이승우·백승호의 활약도 아니다. 바로 간절함이다. 이는 한국-기니, 아르헨티나-잉글랜드전을 통해 분명히 드러났다. 신 감독부터 막내 조영욱까지 모두가 간절하다. 이 간절함을 만든 것은 ‘이해’였다. 신 감독이 눈물로 품은 21명의 아들들과 한국 축구 역사의 현장 속으로 뛰어든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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