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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의 페어볼] 그라운드의 볼썽사나운 파이터들

입력 : 2017-05-22 15:00:00 수정 : 2017-05-22 14: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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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 치고 받고 테이크다운에 날라차기까지. 그라운드가 난장판이 됐다. 과열된 양상에서 코치까지 가세해 치고받는 난투극을 벌였고 TV 화면에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잡혔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왕왕 있을 수 있는 해프닝일까, 순간의 감정을 추슬리지 못한 치기일까. 어느 쪽이든 결과는 현장을 가득 메운 팬들과 지켜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려지게 했다는 점이다.

지난 21일 대전 한화·삼성전, KBO 사상 초유의 일이 나왔다. 3회말 윤성환의 몸쪽 승부로 인한 사구, 김태균과 윤성환은 눈을 맞추며 일촉즉발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벤치클리어링이 있었지만 별 다른 일 없이 넘어갔는데, 그 다음 사달이 났다. 윤성환이 다시 로사리오에 초구 사구를 던졌고, 흥분한 로사리오가 배트를 내던지고 마운드로 향하면서 난투극이 시작됐다. 이날 선발 비야누에바가 뛰어나와 주먹질을 했고 정현석과 재크 페트릭도 MMA 싸움을 벌였다. 집단 싸움박질 속에 삼성 김재걸, 강봉규 코치까지 난투극에 가담하면서 이글스파크는 패싸움장으로 변했다.

벤치클리어링은 프로야구에서 흔한 일이다. 선수들도 사람인 이상 사구 등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면 감정이 드러나게 마련이고 상대는 또 기싸움에서 밀릴 수 없다. 팀 분위기를 위해 동료는 모조리 벤치를 비워야한다. 함께 하지 않는 선수들에겐 벌금까지 매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다. 이날 발생한 ‘집단’ 난투극은 너무 나갔다. 더욱이 양 팀이 처한 상황을 참지 못하고 서로에게 향한 분풀이 느낌까지 나면서 더욱 씁쓸함을 안긴다. 수백억을 투자하고도 가을야구에 실패해온 한화와 두 시즌만에 최하위로 몰락한 삼성, 양 팀의 주먹다짐은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하위권팀이 서로에게 감정을 풀어버리려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 이날만이 아닌 앞선 경기에서 이어진 사구로 인해 서로 쌓여진 앙금의 폭발이기도 하지만, 일요일 아이들과 함께 응원하러 온 가족 앞에서 참 볼썽 사나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2009년 호세 칸세코와 최홍만의 종합격투기 매치업이 화제를 모았다. 잘나가던 메이저리거였던 칸세코는 은퇴후 약물 복용을 자서전을 통해 폭로하면서 비난도 받았지만, 격투스포츠를 좋아하던 기질을 살려 MMA 무대에 뛰어들었다. 싸우고 싶으면 케이지로 향하면 된다. 그곳은 많이 때리면 때릴수록 박수를 받는 무대다. 기절할 때까지 말리는 사람도 없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21일 경기 승리 후 하이파이브를 하는 삼성 선수단. 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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