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다음

입력 2017-04-19 17:35:13, 수정 2017-04-19 17:43:44

[SW시선] '혼술남녀' 조연출의 안타까운 사망, 드라마계 변화 계기될까

  • [스포츠월드=김원희 기자]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 사망사건이 뒤늦게 수면 위로 떠오르며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에 대해 재조명 되고 있다.

    ‘혼술남녀’ 조연출 사망 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CJ E&M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청년유니온,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등 17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대책위는 ‘혼술남녀’의 조연출이었던 故 이한빛 PD의 장례식 이후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여러 차례 진행된 유가족과의 면담에서 CJ E&M 측이 협조를 약속했으나 유가족의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사건의 경위를 설명했다. 때문에 6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이 PD의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고 기자간담회의 이유 또한 밝혔다. 이어 이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시청률 경쟁에만 혈안이 돼 구성원을 도구화하는 드라마 제작 환경과 군대식 조직 문화에 의한 사회적 살인”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26일 1989년생인 이 PD는 ‘혼술남녀’ 종영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CJ E&M PD로 입사해 9개월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향년 28세, 이 PD가 인생의 꽃을 미처 피워보기도 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열악하다 못해 괴롭기까지 했던 제작 환경 때문.

    대책위는 이 PD가 지난해 4월 ‘혼술남녀’로 업무 배치를 받은 뒤 55일 동안 단 이틀뿐이었으며, 이 외의도 업무 중 모욕적인 언행과 인사 불이익 등에도 시달렸다고 밝혔다. 심지어 종영직전 이 PD가 갑작스럽게 사라져 집에 돌아오지 않자 회사로 찾아간 부모님에게 회사 측은 그가 얼마나 불성실한 직원인지 설교를 늘어놓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결국 사건이 대중 앞에 공개되자 CJ E&M 측은 이 PD에 대한 애도와 함께 “당사 및 임직원들은 경찰과 공적인 관련 기관 등이 조사에 나선다면 적극 임할 것이며, 조사결과를 수용하고 지적된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 책임질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중은 여전히 씁쓸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혼술남녀’가 막막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회적 을’들을 어루만져주는 드라마로 크게 사랑받았기 때문. 이에 드라마를 통해 큰 위로를 받았던 많은 시청자들이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 PD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드라마 현장의 관행처럼 여겨져 왔던 열악한 환경들이 양지로 봇물 터져 나오고 있다. 쪽대본이나 밤샘촬영 등의 상황들은 이미 여러차례 배우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대중들 역시 익히 알고 있는 상황. 그에 더해 촬영이 진행되든 안 되든 촬영현장을 쉴 틈 없이 꾸리고 챙겨야하는 스태프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모두 “공감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강도 높은 업무에 ‘열정페이’는 기본, 모두가 예민한 환경에서 말단 직원들은 모욕적인 언사를 듣는 것 역시 예사라는 의견 또한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대책위는 단순히 기자간담회만으로 끝내지 않을 것을 예고했다. 19일부터 CJ E&M 본사 앞 1인 시위를 진행하며 오는 21일에는 이 PD의 추모제 또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대책위의 SNS 계정을 만들고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추모와 항의를 담은 글을 받을 예정이며, 드라마 산업 종사자 노동 실태와 폭력 사례에 대한 제보 센터를 운영해 드라마 제작 종사자 문제 해결을 위한 당사자 증언대회와 국회토론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개선되는 것이 마땅한 환경이 결국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고서야 겨우 ‘문제’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뿐이다. 이런 가운데 이 PD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드라마 제작 환경에 현실적인 개선이 이뤄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kwh0731@sportsworldi.com

HOT레드

  • 오늘의 파워링크
  • Today 정보
  • Today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