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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마의 드라마 비틀어보기] 이쯤 되면 로코 인재(人材), '힘쎈여자' 박보영

입력 : 2017-04-18 20:55:22 수정 : 2017-04-19 09: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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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멍뭉이 커풀'의 닭살 연기로 안방을 설레게 했던 <힘쎈여자 도봉순>이 시청률 9.0%로 종영했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그간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었던 JTBC 주말극에 단비 같은 작품이었다.

일등 공신은 단연 박보영이다. 박보영과 박형식이 등장하면 브라운관은 핑크빛으로 물들었고, 전지현도 김태희도 아닌 '그깟' 박보영에 여성 시청자들까지 마음을 빼앗겼다. 그야말로 박보영은 로코가 낳은 걸출한 인재였다. 박보영의 이런 '끼 부림'은 전작 <오 나의 귀신님>에서부터 스멀스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강아지같은 눈망울로 음탕한 처녀귀신의 탈을 썼던 '나봉선' 역을 매끄럽게 소화하면서, 드라마 내내 반전 매력을 발산했다.

<힘쎈여자 도봉순>의 '도봉순'도 '나봉선'만큼 반전이 강한 역할이다. 작고 보잘 것 없는 그녀지만, 헐크 못지않게 힘이 세고 정의로워 비밀스럽게 약자를 돕는다. 국내 최초 여성 히어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신선한 배역이었다. 이런 까다로운 캐릭터를 박보영이 또 해내고야 말았다.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에, 히어로다운 강렬한 눈빛, 게다가 상대 배우 박형식과의 꽁냥거림까지. 왜 그녀가 로코 여신인 지 긴 설명은 필요 없었다.

인재 다운 그녀의 면모는 비단 '끼 부림'에만 그치지 않는다. 박보영은 도봉순에 이르기까지 많은 전작에서 같이 연기한 모든 상대 배우를 살렸다. 그녀는 <오 나의 귀신님>에서 조정석과 역대급 케미를 선보이며, 이전 드라마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커플 연기를 보여줬다. '애완 남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영화 <늑대 소년>에서도 박보영은 송중기에 연기 선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송중기는 그때만 해도 '유시진 대위' 같은 카리스마가 없던 신인 배우였다. 영화판에 먼저 발을 디딘 박보영은 그런 그를 잘 리드했고, 결국 송중기는 늑대 소년 이미지로 대박을 터뜨리며 대형 배우로 성장했다.

이번 상대역 또한 아이돌 출신에 아직은 검증되지 않은 신인 배우였지만, 노련한 '갓보영'은 그마저도 잘 이끌며 로코 인재임을 여실히 증명했다. 이렇게 종횡무진 활약한 박보영이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건 연기력과 스타성 뿐만이 아니다. 여지껏 볼 수 없었던 여성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이 더 이상 '예쁜 얼굴' 만으로 브라운관을 가득 매우는 여배우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

전지현과 이영애 같은 초미녀를 아무리 클로즈업해 보여준 들, 재미가 없으면 시청자는 등을 돌린다. 신선한 캐릭터와 새로운 시도 만이 입 맛이 다양해진 시청자들을 TV 앞에 앉힐 수 있다. 앞으로 '도봉순'과 같은 참신한 시도가 이어져 밥 먹듯 드라마를 보는 필자 같은 사람이 인생 작을 갱신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본다. 여하튼, 슈퍼파워 걸 박보영 님, 덕분에 8주 동안 즐거웠습니다.

정들마 / 밥처럼 드라마를 먹고 사는 'TV 덕후'다. 낮에는 남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출퇴근을 하는 회사원이다. 그래서 약 20년째 주로 밤에 하는 드라마를 열렬히 시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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