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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전 제스트 멤버 최고, 무혐의… "저는 성폭행범이 아닙니다"

입력 : 2017-04-06 11:00:15 수정 : 2017-04-06 11: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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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김재원 기자] 그렇게 소원하던 데뷔를 이뤘다.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던 19살 소년. 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소년의 모든 것을 앗아간 불행의 불씨는 SNS에서 피어올랐다. 아이돌 멤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고 댓글은 막 데뷔해 활동 중이던 소년을 가리켰다. 그리고 곧 이름이 공개돼 기사화 됐다. SNS에 글을 쓴 사람은 소년의 전 여자친구다.

꽃길이 가시밭길로 변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루만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학교와 연습실을 오가며 얼마나 열심히 데뷔 준비를 했는지, 진실이 무엇인지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결국 팀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법원으로 갔다. 대한민국에서 남성의 성폭행 무죄 입증은 굉장히 어렵고 까다롭다. 하루하루 지옥 같은 생활이었다. 밝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위축된 자신만 남았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쓰러져서 병원 신세를 졌다.

그렇게 무죄 입증을 위해 애쓴 2년이라는 시간. 결국 소년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제스트(ZEST)의 전 멤버 최고와 어렵게 만났다. 캄캄한 어둠 속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있던 그. 이제 용기 내 세상 속으로 첫걸음을 떼려 한다. 그리고 다시 조심스럽게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처음엔 ‘무죄가 나오더라도 조용히 지나가자’고 했다. 사람들 기억에서 잊힌 사건을 굳이 다시 꺼낼 필요가 있나 싶더라. 그런데 해야할 것 같았다. 경솔했던 부분은 따끔히 혼난 후, 아닌 건 아니라고 외치고 싶었다. 이 기사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떳떳하고 싶었다. 무고죄에 대해 알아봤는데 정말 억울한 일에 처한 사람들이 많더라. 감정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다는 거다. 피해자들은 숨어사는데 가해자들은 너무 잘 살고 있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하신 이야기가 가슴에 맺혔다. ‘아들이 성폭행범으로 남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용기를 냈다.”

-소송은 어떻게 되고 있나.

“1, 2월에 걸쳐 손모씨와 문모씨의 형량이 선고 됐다. 두 사람 다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를 본 검찰 측 역시 항소장을 제출해서 쌍방 상소가 됐다.”

-무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힘들었을 텐데.

“쉽지 않은 과정이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정작 피해자인 저는 모든 신상이 공개됐는데 가해자인 그들은 이름도 공개되지 않더라. 손씨는 흔히 말하는 빨간 줄이 그어진 상태다. 그런데 아무도 모른다. 전해 듣기로는 SNS에 여전히 근황도 올리고 가수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범죄에서 가해자가 보호되는 경우들이 있다. 뉴스에서도 나쁜 사람들을 마스크나 모자로 가려주지 않나. 그런 부분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동안 심경은.

“올해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정말 힘들었다.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2년 새 모두 느꼈다. 성격부터 변하더라. 긍정적인 편이었는데 무기력한 성격으로 변했었다. 몸도 정신도 피폐해진다. 2015년은 사건 외에는 아무 기억이 안 난다. 사람이 이렇게 화가 나고 억울하고 분할 수 있구나 느꼈다. 극단적인 생각도 들었다. 대인기피증처럼 주변 사람을 대하는 것도 어려워서 친구들도 못 만났다. 이제는 아픔을 털고 일어날 준비를 하려 한다. 용기 내 세상으로 들어가고 싶다.”

-어떻게 버텼나.

“부모님이다. 두 분이 저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연예계도 법도 잘 모르고 지내는 평범한 분들이다. 그런데 사건 이후 대구에서 재판마다 참석하시고 제 컨디션도 챙기시고 여러모로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 부모님이 스트레스로 많이 아프셨다. 아버지는 8시간 동안 머리 수술을 받으셨는데 수술이 잘못돼서 냄새를 못 맡으신다. 어머니는 자궁에 암이 생겨서 최근에 수술을 하셨다. 이 죄송함이 평생 가슴에 남을 것 같다.”

-멤버들에게도 미안함이 크겠다.

“형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살 붙이고 살았던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팀은 저에게 너무나 큰 충만감을 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그런데 저 때문에 활동도 제대로 못했다. 형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이번 판결이 나왔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감사한 마음만 들었다. 믿어준 주변 분들, 팬들, 판사님, 검사님, 강남경찰서 분들이 생각났다. 모든 분들이 다 감사했다.”

-팬들 반응은 어땠나.

“처음 기사화 됐을 때 팬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절대 사실이 아니라고 한 명 한 명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제 기사를 본 팬들이 댓글이나 SNS로 응원의 글을 남겨주셨더라. 정말 큰 힘이 됐다.”

-앞으로 계획은.

“다시 일을 하고 싶다. 이런 실수를 두 번 하지 않고 열심히 살고 싶다. 제스트 데뷔 준비를 하고 활동을 할 때는 정말 행복했다. 하루종일 연습하고 운동을 해서 몸이 힘들지라도 마음은 뿌듯했다. 최근들어 다시 연습을 하고 있다. 데뷔 때 보다 더 열심히 한다. 예전처럼 에너지 넘치는 최고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멋진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다.”

cccjjjaaa@sportsworldi.com, jw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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