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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독설'에 녹아있는 슈틸리케호 '독약 또는 별'

입력 : 2017-03-30 05:25:00 수정 : 2017-03-30 10: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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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우리 모두 시궁창에 있지만, 몇몇은 별을 바라보고 있다.”

위기를 겪고 있는 축구 대표팀의 주장 기성용(28·스완지시티)이 작정하고 ‘독설’을 뿜어내며 선수단에 각성과 자각을 주문했다. 슈틸리케호의 ‘독약’이 녹아있는 한마디였고, 위기에서 희망을 찾기 위한 간절한 발악이었다.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고전하고 있다. 승패를 떠나 7경기를 치르면서 발전은커녕 퇴보하고 있다. 답답한 경기력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29일 현재 승점 13(4승1무2패)으로 본선 진출 직행 마지노선인 조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카타르(6월13일) 이란(8월31일) 우즈베키스탄(9월5일) 등 상위권 팀과의 대결만 남아있어 힘겨운 순위 경쟁에 예상된다.

대표팀 분위기가 바닥까지 가라앉은 가운데 모든 비난은 슈틸리케 감독을 향하고 있다. 무색무취의 전술, 효과 없는 용병술, 선수 개개인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는 패턴 등을 지적받으며, 경질론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슈틸리케 감독 취임 후 최악의 여론이다.

이 가운데 주장 기성용이 들고 일어났다. 그는 시리아전 직후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감독님의 전술 문제가 아니다. 선수들이 감독님이 주문하는 전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독설을 쏟아냈다. 이어 “패스를 하면 볼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표팀 수준에 맞지 않는 플레이다”라며 “지금과 같은 플레이라면 어떤 감독이 와도 문제는 발생한다. 선수 스스로 생각하고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의 성향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스포츠월드 취재 과정에서 확인했다. 대표팀 내부 관계자는 “슈틸리케 감독이 두루뭉술하게 전술을 지시하는 성향이다”라고 털어놓으며 “물론 개인 차이가 있겠지만, 유럽 감독 스타일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슈틸리케호의 ‘독약’이 녹아있다. 협회가 소통 부재를 지적하며 독일어에 능통한 차두리 전력분석관을 투입하고, 유럽에서 선수생활을 한 설기현 코치를 선임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현 상태를 지속하면 대표팀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기성용이 독설을 쏟아낸 이유는 대표팀 선수 개개인이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를 생각하고 연구해 플레이로 보여달라는 것이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선수라면 이와 같은 개개인의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수동적으로 단순히 열심히만 뛴다고 대표팀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책임은 감독님이 진다.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5번이나 감독님이 교체됐다”고 설명하며 “그런데 선수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다. 선수단 모두 정신 차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계적인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는 “우리 모두는 시궁창에 빠져 있지만, 그중에 몇몇은 이상의 별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성용이 바라보고 있는 별을 대표팀 모두가 바라봐야 월드컵 본선도 다가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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