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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의 페어볼] 지금은 자청해서 팬사인회를 열어야할 때다

입력 : 2017-03-29 15:11:23 수정 : 2017-03-29 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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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 프로야구선수협회가 메리트 부활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선수협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발표, 해명에 나섰지만 곱지 않은 시선은 그대로다. 그런데 선수협은 선수들의 이익단체고, 메리트 제도 부활까지도 요구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비난의 대상이 됐을까. 한 마디로 선수들의 이익을 위해 팬을 볼모로 잡은 상황인 까닭이다. 팬들이 열받았다.

메리트는 승리수당을 일컫는 야구계 은어다. 승부처에서 선수들의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사용하는 구단의 당근책. 하지만 과열현상이 이어져 구단의 부담이 커지자 2016시즌 전 이사회에서 메리트 제재조항을 규약에 넣었다. 1군 주전 선수, 2년 전만 해도 승리수당으로 많게는 몇천만원씩을 따로 챙겼다. 모 구단 코치로 있었던 한 야구인은 “일반 직장인들 연봉의 몇배를 가져가는 경우도 봤다”며 “그렇다 보니 못 받게 되면 상당히 손해보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트 대상자는 바뀐 규약이 속상할 만하다.

선수협은 메리트 부활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선수협은 “작년 시즌 메리트 금지에 대해 어떤 반대도 하지 않았고 철저히 지켜왔다”고 전제하며 “다만 선수단 지원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구단행사참여 등 선수들의 경기외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복지차원에서 수당이나 보상방안을 마련해줄 것으로 요청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리하면, 메리트 제도의 부활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선수들의 줄어든 실질 소득을 어느 정도 보상해 달라는 요구다.

그런데 협상의 방향이 잘못됐다. ‘팬’을 볼모로 삼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구단 협조가 없다면 구단행사 보이콧을 하겠다는 것인데, 씁쓸하다. 구단행사는 대부분 팬을 위한 이벤트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은 팬사인회인데, 따로 ‘봉투’를 주지 않으면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다. 과거보다 줄어든 소득, 보상을 위한 요구는 십분 인정한다고 해도 프로선수가 팬을 무기로 구단을 압박하는 모습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팬들의 비난은 그 기저에 깔린 나쁜 인식이 한 몫 한다. 팬의 사인 요구나 구단 행사에 귀찮은 표정을 짓는 선수가 수시로 온라인커뮤니티에 회자하고, 이번 WBC 대회 때는 1라운드 탈락과 함께 웃음논란에 휩싸였다. 불법도박, 승부조작 때마다 선수협은 고개를 숙이지만 매시즌 일탈행위가 반복돼오며 실망감을 안겼다. 대신 겨울마다 FA 선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냉정히 지금은 수당을 요구할 때가 아니고, 선수 모두가 한 명의 팬을 더 끌어안기 위해 사인회에 자청해서 나가도 부족할 때다. 팬들에게 사랑을 받을 때 선수협의 주장은 힘이 실린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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