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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27 04:40:00, 수정 2017-03-27 04:40:00

[차길진과 세상만사] 91. 청와대 터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밝히다.

  • 요즘 대한민국의 정치상황을 보면 과연 청와대 터가 한 나라의 중심이 될 만한 곳인가 하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북악산 앞마당의 경복궁과 청와대는 터가 몹시 불길하다. 오랜 세월 길(吉)보다는 흉(凶)이 많았으니 청와대와 그 주변 땅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숨겨진 이야기들을 글로 나누어 적어볼까 한다.

    조선이 개국하고 정도전은 북악산을 한양의 주산으로 삼았다. 무학 대사는 풍수적으로 볼 때 인왕산을 주산으로 지목했지만 혁명세력인 정도전의 위세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잘못된 위치 탓인지 경복궁을 중심으로 500여 년 동안 피비린내가 멈추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3대 총독 사이토 마코토는 1926년 경복궁 옆 지금의 청와대 자리에 조선총독부 관저를 세웠다. 6년 뒤 일본 총리대신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할 때까지는 청와대 터의 저주를 알지 못했다. 일본의 젊은 장교들이 사이토의 목을 잘라 살해한 2.26 사건이 터진 것은 사이토가 청와대 터에 관저를 올린 지 꼭 10년째 되는 해였다. 이후 그 터에 살았던 조선총독들의 최후는 예외 없이 비참했다.

    대한민국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했고 양자 이강석은 권총 자살했다. 윤보선∙최규하 대통령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시해됐고,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수감됐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똑같이 아들이 수감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안타깝게 자살을 하였다. 이처럼 청와대를 거쳐 간 사람 중에 끝이 좋았던 사람이 없었다.

    청와대 주인이었던 박정희 독재가 끝난 뒤, 새 주인이 된 전두환은 1961년부터 이미 청와대에 홀려있었다. 5.16 쿠데타 직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실 민원비서관으로 일하면서 그곳의 지기(地氣)에 끌렸다. 1967년 청와대를 경호하는 수도경비사령부 제30대대장이 되자 청와대의 지령(地靈)과 교감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청와대 터의 유혹은 집요했다. 육사 11기 중에서 가장 빨리 소장으로 진급시키며 전두환에게 당근을 물렸다. 2년 후 박정희 대통령의 단물을 다 빼 마신 청와대는 전두환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전두환은 군인의 본분을 망각하고 혼란한 틈을 이용하여 무력을 동원하여 1980년 청와대의 새 주인이 됐다.

    군인을 동원하고 청와대로 들어온 전두환을 청와대 터는 용납지 않았다. 1983년 10월 9일, 미얀마 랑군 시내의 아웅산 묘소에서 북한의 폭탄 테러사건이 발생하여 서석준 부총리 등 수행원 17명을 잃었다. 청와대 주인 전두환에게 보낸 청와대 터의 경고였다.

    청와대는 용도 폐기된 주인을 야멸치게 버렸다. 노태우에게 안방을 내준 전두환은 2년1개월 동안 백담사에 갇혀 지내야 했다. 12.12 쿠데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수천억 원에 이르는 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 수감 돼 사형을 구형받았다. 게다가 아들도 구속되는 등 순탄한 인생을 살지 못했다. 뒤를 이은 노태우 역시 결과는 비슷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하야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결정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 못하고 쓸쓸히 청와대를 떠나는 대통령이 되었다. 지난 21일에는 최소한의 특권만을 가진 민간인 신분으로 재단 강제모금, 뇌물수수 등 13개 혐의에 대해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살아온 인생을 돌이켜보면 숫자 ‘18’과 관계가 깊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8년 집권을 하고 시해를 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8년 동안 은둔생활을 하다가 정계에 들어섰고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청와대에 들어간 지 1476일 만에 나왔으니 각 숫자들을 더하면 ‘18’이 된다. 그동안의 인생 여정들이 묘하게 숫자와 연결되어 보이지 않는 인연의 고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와대에게 주인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언제든 새로 들이면 그만이었다. 5월이 되면 새로운 대통령이 나온다. 환국의 시점에서 누가 청와대 주인이 되어 지기(地氣)를 누를 것인지 기대해본다.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저서] 어느날 당신에게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전쟁, 효자동1번지, 영혼산책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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