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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09 03:00:00, 수정 2017-03-09 03:00:00

봄바람 살랑 살랑, 전남 고흥 봄 나들이

  • [고흥=글·사진 전경우 기자] 입춘이 지나간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체감하는 계절은 겨울, 매서운 꽃샘 추위를 피하고 싶다면 남쪽으로 떠나는 것이 답이다.

    전라남도 고흥은 다도해의 심장이다. 동쪽 여자만 쪽빛 바다 건너는 여수, 서쪽 득량만 너머에는 보성, 장흥, 완도가 길게 튀어나온 고흥 반도를 감싸고 있다. ‘남도 끝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남도’ 고흥에 찾아온 봄바람을 따라 걸어봤다.


    ▲감동을 주는 땅, 소록도

    소록도에는 ‘천사’가 살았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날아와 평생 나병 환자를 돌봤던 마리안느, 마가렛 수녀 이야기다. 김연준 프란치스코 소록도 성당 주임신부는 이들 이야기를 하며 “그분들은 사실 수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간호사 신분이었지만 헌신적인 봉사에 대한 존경의 뜻을 담아 환자들 모두 그들을 ‘수녀님’이라 불렀다. 벽안의 젊은 간호사들은 가족도 버린 나병 환자들을 맨손으로 쓰다듬으며 보살폈다. 소록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진정한 ‘힐링’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김신부는 "아름다운 풍경이 주는 감동의 여운은 길지 않지만 사람에게 느낀 감동은 인생을 바꾼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소록도를 ‘조개의 눈물’에 비유했다.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이 결국 아름다운 진주를 만든다는 뜻이다.

    소록도는 예전 배로 가야 했지만 지금은 멋들어진 소록대교를 건너 육로로 들어간다. 국도 27호선을 이용해 소록대교를 거쳐 소록도 주차장에 도착하면, 여기서부터는 도보 관람만 가능하다. 이곳 주민들의 생활을 위해 방문객들은 국립소록도병원과 중앙공원까지만 출입이 허용되며, 섬 방문은 오전 9시부터 5시까지만 가능하다. 

    소록대교 아래 주차장을 기준으로 왼쪽은 국립소록도병원과 중앙공원, 오른쪽은 소록도 해수욕장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소록도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일본인 직원이 거주했던 섬의 오른쪽이 1번지, 환자들이 거주했던 섬의 왼쪽이 2번지로 두 개의 번지수를 가졌다고 한다. 직원지대와 병사지대로 나눠 부르며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과거에 한센병 환자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이곳에서 재회를 했다. 한 달에 한 번 도로 양옆으로 갈라선 채 눈으로만 혈육을 만나야 했던 이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이 ‘탄식의 장소’라는 의미로 ‘수탄장’이라 불렀다.

    소록도 안에는 일제 강점기 한센병 환자들의 수용 생활의 실상을 보여주는 소록도 감금실과 한센병 자료관, 소록도 갱생원 신사 등 일제 강점기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역사적 건물과 표지판 등이 많이 남아 있다. 중앙공원은 1936년 일본인 자혜의원장이 천황에게 바치기 위해 환자들의 눈물과 땀을 동원해 지은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공원이다.

    한 폭의 그림처럼 서 있는 아기사슴 소록도 성당은 1번지 성당(관사성당)과 2번지 성당(병사성당) 두 개의 성당으로 나뉜다. 성체조배실과 야외 정원, 십자가의 길 14처 등을 갖춘 피정의 집에서는 가족, 개인, 단체 피정이 가능하다. 

    ▲명품 드라이브 코스, 거금도

    거금도는 소록도 바로 밑에 위치한 섬이었으나 2011년 거금대교로 이어져 육지가 됐다. 고흥의 섬 중 가장 큰 섬이며 이팝나무, 참식나무, 육박나무 등 난대수종의 보고로, 해안도로 드라이빙 코스로도, 숲 체험 코스로도 좋다.

    거금도에 들어가면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 것이 좋다. 수평선 위로 크고 작은 섬들이 그림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금산 몽돌해변, 갯바위 낚시터 등 해안을 따라 볼거리가 이어진다. 맑은 해풍과 따뜻한 햇살을 만끽할 수 있다. 

    고흥의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인 오천 몽돌해변은 모래대신 커다란 몽돌바위부터 아기 고사리 손 마냥 아기자기한 몽돌이 가득하다. 잔잔한 파도가 밀려와 몽돌사이로 스쳐지나가는 파도소리에 호젓한 분위기가 난다.

    미술관과 고양이가 주는 작은 행복, 연홍도

    연홍도는 거금도를 거쳐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섬이다. 거금도 서쪽끝 신양선착장에서 다시 배를 타고 3분쯤 떨어진 곳에 50여 가구가 사는 섬으로 ‘섬 속의 섬’이다. 섬의 모양이 넓은 바다에 떠 있는 연(鳶)과 같이 보인다고 해서 연홍도다. 사계절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이 작은 섬이 더욱 특별해진 것은 전국 유일의 섬마을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1998년 폐교된 금산초등학교 연홍분교장이 2006년 ‘연홍미술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폐허가 된 후 미술관은 현재 리모델링 중이다. 오는 4월 7일 ‘섬 여는 날’ 행사에 맞춰 재개관할 예정이다. 미술관 주변에는 나른한 봄날을 즐기는 고양이들이 살갑게 여행객을 반긴다. 

    ▲신비로운 8개의 봉우리, 팔영산

    고흥군의 랜드 마크라 할 수 있는 팔영산은 산자락 아래 징검다리처럼 솟은 섬들이 펼쳐진 다도해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팔영산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산세가 수려하면서 변화무쌍해 아기자기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암릉 산행지이다. 중국 위왕이 대야에 비친 여덟 봉우리에 감탄해 찾아와 제를 올리고 그 이름을 ‘팔영산’이라고 지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팔영산 봉우리를 제대로 보려면 능가사 대웅전 앞으로 가야한다. 능가사는 점암면 성기리 팔영산 아래에 위치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산 중턱에 보현암이 창건되어 이후에 보현사로 불리다 능가사로 개칭했다. 능가사 대웅전과 동종(범종)은 보물로, 사적비와 목조산천왕상, 추계당과 사영당 부도는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다. 

    ▲숨겨진 매화꽃 천국, 인학마을

    매화꽃 구경은 광양이 유명하지만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농장은 고흥군 과역면 인학마을 대화농장이다. 9만 9000㎡의 부지에는 10년∼17년생 청매, 홍매 3500여 그루가 심어져 이른 봄 화려한 꽃망울을 터트린다. 대화농원 매화 만개 시기는 이달 10일 전후 예상된다. 주변에는 커피사관학교 등 커피를 직접 재배하고 로스팅해 판매하는 카페들이 있어 지친 여행객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kwjun@sportsworldi.com 

    사진설명
    1. 소록도 중앙공원 동상.
    2. 소록도 마리안느, 마가렛 수녀님들이 살던 집.
    3. 거금도 오천 몽돌 해변. 
    4. 고흥은 참꼬막의 최대 산지다. 흔한 새꼬막과 다른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5. 연홍도는 아직도 소가 밭을 갈고 있는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6. 인학마을에 만개한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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