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 코나, 과테말라 안티구아, 코스타리카 타라주, 예맨 모카 마타리,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향미가 뛰어나기로 명성이 자자한 커피산지들이다. 모두 화산쇄설물에서 비롯된 토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와인도 이와 유사한 관계가 있다. 프랑스 부르고뉴 로마네 꽁띠, 보르도 페트뤼스, 이탈리아 키안티 클라시코, 칠레 세냐 호주 피터르만, 스페인 핑구스 등 세계적 와인들은 석회암 토양에서 나온다.
고급커피가 나는 화산지대와 명품와인을 품는 석회암지대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물 빠짐이 좋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우선 식재료가 좋아야 한다. 커피와 와인도 건강하고 싱싱한 열매를 사용해야 명품이 나온다. 식물이 열매를 잘 맺으려면 자랄 때 영양분이 좋아야 하고, 영양분 공급을 위한 여러 생리적 작용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미네랄이다.
미네랄은 우리말로 광물질로 불린다. 커피나무와 관련해서는 ‘탄소, 수소, 산소 등 3대 원소를 제외한 생물체의 무기적 구성 물질’로 정의하고, ‘무기염류’라고 풀이하는 것이 적절하다. 칼슘·인·칼륨·나트륨·염소·마그네슘·철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커피나무는 50여종의 원소로 이루어지는데, 16가지는 살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고 해서 ‘식물필수원소’라고 부른다.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 칼륨, 칼슘, 마그네슘, 황 등 9가지는 많은 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토양에 함유된 성분이 모자라게 되면 비료를 통해서라고 적기에 공급해야 한다. 철, 망가니즈, 구리, 아연, 붕소, 몰리브데넘, 염소 등 7가지는 함유량이 매우 적어 미량원소라고 불린다. 식물효소의 구성성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역시 없으면 커피나무가 죽게 된다.
질소는 커피나무 생장 초기에 잎이 튼튼하게 자라나기 위해 필요하다. 인산은 열매성장에, 칼륨은 뿌리 발달에 기여한다. 칼슘은 동물의 뼈를 구성하는 것처럼 식물에서는 조직을 지지하는 세포벽을 구성하는 성분이고, 마그네슘은 엽록소 구성성분으로서 결핍되면 커피나무 잎이 누렇게 되다가 결국 죽게 된다. 황은 향과 맛을 내는 시스테인, 시스틴, 메티오닌 등 황 함유 단백질의 핵심 성분이다.
토양(흙)은 암석에서 만들어진다. 암석이 오랜 세월 풍화 속에서 자갈, 모래를 거쳐 흙이 되는 것이다. 암석은 생성원리에 따라 퇴적암, 변성암, 화성암 등 3종류로 나뉘는데, 화성암은 마그마나 화산쇄설물의 성분을 그대로 담고 있다. 마그마는 지각의 구성원소를 비롯해 수많은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화산쇄설물은 화산가스와 함께 마그마의 작은 파편이 분출한 것이니 성분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성분들을 지닌 화산암, 현무암, 안산암, 화강암 등과 같은 화성암들이 지표에 노출돼 산소, 물, 열, 바람, 유기물들의 영향을 받아 깨지고 부서져 이룬 토양은 미네랄의 보물창고라 하겠다. 미네랄들은 토양 속에서 칼슘이온, 칼륨이온, 나트륨이온, 암모늄이온, 철이온 등 양이온 물질로 붙어 있다가 식물이 필요할 때 뿌리에 흡수된다. 이를 토양이 지니는 ‘양이온교환능력’이라고 하는데, 화산토양과 석회암토양은 이 능력이 뛰어나 커피나무를 튼튼하게 자라게 한다. 화산지대의 연기가 토양을 통해 뿌리를 거쳐 열매의 씨앗인 커피생두에 배어 들어간다는 것은 한마디로 ‘택도 없는 소리’다.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플레이버마스터
사진설명
청주에 있는 스페셜티커피전문점 '들꽃풍경'의 박종미 로스터가 볶은 커피를 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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