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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기획] 예능 시즌제② '무한도전'의 역습, 지상파 시즌제 시초 될까

입력 : 2017-01-17 11:31:00 수정 : 2017-01-17 11: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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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김원희 기자] MBC ‘무한도전’이 결국 칼을 뽑았다. 7주간의 결방을 선언한 것. 과연 ‘무한도전’의 행보는 지상파 시즌제의 첫 단추가 될 수 있을까.

10여 년간 ‘무한도전’을 이끌어온 김태호 PD는 최근 구체적이고도 과감하게 촬영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한 달 전 자신의 SNS를 통해 “열심히 고민해도 시간을 빚진 것 같고 쫓기는 것처럼 가슴 두근거리고 택시 할증 시간 끝날 쯤 상쾌하지 못한 마음으로 퇴근하는 회의실 가족들에게 이번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준다면 한 달의 점검 기간과 두 달의 준비 기간을 줬으면 좋겠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낸 것. 이어 “에라 모르겠다. 방송국 놈들아. 우리도 살자. 이러다 뭔 일 나겠다”라는 격한 표현의 해시태그를 덧붙이기도 했다.

비단 해당 글뿐만 아니라 김 PD는 꾸준히 준비기간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해 왔다. ‘무한도전’은 지난 2012년 장기파업 때를 제외하고는 11년의 시간을 쉼 없이 달려왔다. 더욱이 거의 매회 단발성 특집을 이어가는 것은 기본, 장기 프로젝트 또한 함께 진행되기 일쑤로 그 스케줄의 빡빡함은 이룰 말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PD의 노골적인 어필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상황이다.

그리고 결국 ‘방송국 놈들’은 김 PD의 간절한 요청을 받아들였다. ‘7주 방학’이라는 이름 아래 7주 뒤 선보일 활약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떠나는 것. 해당 기간 동안에는 배우 권상우와 방송인 정준하의 러시아 여행기를 담은 ‘사십춘기’와 ‘무한도전’ 레전드 편이 자리를 채울 예정이다.

아무리 재정비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방송국의 간판이자 효자 프로그램의 장기결방 결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궁극적으로 기대해야할 것은 ‘무한도전’의 시즌제다. 7주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금 쉼 없이 달려가다보면 언젠가는 또 다시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매년 연말 결산 등을 통해 ‘무한도전’ 제작진 역시 스스로 밝혔듯 일 년에 한 두 번씩은 위기설이 대두되곤 한다. 프로그램 완성도가 부족한 이유를 김 PD 스스로 재정비 시간에서 찾았다는 것은 ‘무한도전’이 호평을 꾸준히 끌고 가지 못하는 이유가 비시즌제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다. 큰 웃음을 위해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25분 꼬박 TV 앞에 앉아있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무한도전’의 시즌제는 고려해볼 사안이다.

그러나 지상파에서의 시즌제 도입이 쉽지만은 않다. ‘꽃보다’ 시리즈 등으로 시즌제 예능 연타흥행에 성공한 나영석 PD 역시 ‘시즌제 예능 제작의 어려움’을 지상파에서 케이블 채널로 이적한 이유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다. 그리고 나 PD가 KBS를 떠난지 4년여가 지났지만 지상파는 아직까지 시즌제 시스템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지상파 최초 시즌제를 선언하며 9월 정규 편성된 MBC ‘미래일기’는 8회만에 사실상 폐지에 가까운 ‘시즌 종료’를 선언했다. SBS ‘씬스틸러-드라마전쟁’은 입소문을 타고 탄력을 받는 듯했으나 시트콤 ‘초인가족 2017’의 편성과 맞물리며 “시즌제 검토”라는 명분으로 오는 30일 막을 내렸게 됐다. 그나마 가장 시즌제 다운 모습을 갖출 것으로 보이는 예능은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다. 지난해 일명 ‘언니쓰’ 열풍을 일으키며 인기를 모았던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막판 시청률이 저조해질 무렵 확실하게 시즌2를 약속하며 종영했다. 그러나 최근 구체적인 사안들은 미정인 채로 비슷한 느낌의 새 예능 론칭을 발표해 시즌1 애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멤버 구성 또한 시즌1 원년멤버 중 김숙과 홍진경만 남고 강예원 한채영 홍진영 공민지 전소미 등 새 출연진의 합류를 알려 시청자들이 바라는 시즌제의 의미를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외에는 출연진만 바꿔가며 시즌제의 시스템만을 차용한 예능들이나 이미 막을 내렸거나 내릴 예정인 몇몇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지상파의 시즌제를 대변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시즌제가 그 의미를 다하지 못한 채 사용되고 있는 것은 지상파 방송국들이 프로그램의 영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프로그램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장된 수입원의 정기적 휴식기 소식이 달가울 리 없는 것이다. 그러나 ‘비지상파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지상파의 위엄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할 때다. 수입을 위해 식상하다는 원성에도 프로그램을 질질 끌고 가기 위해 혹은 간보기 용으로 시즌제라는 용어를 이용하기보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진짜 시즌제 예능을 선보여야 한다. 수입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인기 프로그램일수록 더더욱 소모적인 경기를 치를 게 아니라 장기전으로 나갈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연 독보적인 인기 장수예능인 ‘무한도전’이 7주의 시간을 통해 지상파 예능에 제대로 된 시즌제를 도입하는 시초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kwh073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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