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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05 05:40:00, 수정 2017-01-05 05:40:00

제주도와 또 다른 '삼다(三多)'의 고장, 경기도 연천 겨울 여행

  • [연천=글·사진 전경우 기자] 서울에서 경기도 연천으로 가는 길은 대략 두 갈래다. 의정부-동두천을 거쳐 북상하는 3번 국도 아니면 파주에서 파평을 거쳐 37번 국도를 따라 동쪽으로 가는 코스다. 어느 길을 선택 하든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체감하는 풍광은 무척 낯설다.

    ▲안보 관광 1번지

    연천에도 ’삼다(三多)’가 있다. 두루미, 돌도끼, 군인이다. 임진강 유역 일대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운 군사 밀집 지역이다. 어디를 가나 군인 천지다. 연천으로 가는 도로에서 군용차 행렬을 만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군 훈련이 집중된 기간에는 장갑차와 전차의 끝없는 행렬을 감상할 수도 있어 밀리터리 마니아에게는 ‘성지’나 다름 없다. 디지털 픽셀 무늬 전투복 차림 군인들의 표정에는 최전방의 긴장감이 묻어난다. 연천 인근 군부대가 만나는 꼭지점은 전곡리다. 연천군 거의 모든 지역이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지만 전곡 다운타운은 일종의 ‘해방구’로 풀어놨다. 주말이면 면회객들로 붐비는 식당, 술집, 숙박업소가 빼곡하다. 전곡에서 경원선 철길과 나란히 뻗어난 3번 국도 외길을 따라 올라가면 증기기관차 시절에 쓰던 급수탑이 명물인 연천역이 나온다. 더 올라가면 신망리역, 그리고 신탄리역에 닿는다. 신탄리역은 남북이 분단된 이후 열차로 갈 수 있는 북방 한계선이었다. (최북단인 철원군 월정리역은 폐역이다.) 신탄리역에서 원산까지는 131.7Km다. 예전에는 철도 종단점을 알리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지금은 백마고지역까지 노선이 연장되며 이 또한 옛날 이야기가 됐다. 알록달록 벽화를 그려 넣은 신탄리역 작은 광장에는 명찰, 마크를 달아주고 각종 군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군장점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예전에는 군인만 찾아오던 가게였지만 관광객들도 군 생활을 추억하는 방한내피(일명 깔깔이) 등을 사가곤 한다. 군장점 옆에는 칼칼한 부대찌개와 시원한 동태찌개로 ‘전국구 맛집’ 반열에 오른 대광 식당이 있다. 유동인구라는 말이 무색한 최전방이지만 점심 시간 이 식당은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신탄리에서 더 올라가면 백마고지역이 나오고 조금 더 가면 대마사거리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민통선 안쪽 마을인 대마리가 나오고 직진하면 월정리 전망대가 나온다. 오른쪽 아래 87번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철원 노동당사다.

    최전방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태풍 전망대로 가야 한다. 신망리역 부근 상리 삼거리에서 경원선 철길을 건너 중면 방향으로 가다 보면 눈매가 매서운 군인들이 서있는 초소가 나온다. 여기서 신분증을 맡기고 출입에 필요한 절차를 거쳐야 민통선 안쪽 지역인 북쪽으로 올라갈 수 있다. 간혹 안내병이 동승하기도 하는데 관광객에게는 무척 친절하다.

    태풍전망대는 1991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곳으로 군사분계선까지 800m에 불과해 DMZ에 위치한 전망대 중 북한과 가장 가깝다. 264m 고지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북한군 GP와 농장지역, 평강 고원의 험준한 산자락과 임진강 북측 지역이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진다. 서울에서65km에 불과한 거리지만 갈 수 없는 땅이다. 


    ▲한반도의 오랜 역사, 임진강 따라 흐르네

    ‘전곡리선사문화 유적’은 1978년 미군 병사 그렉 보웬(고고학 전공)이 4점의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우연히 발견하며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그 전까지 서구권의 역사가들은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진화된 형태인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사용하고 동아시아의 구석기인들은 단순한 형태인 '찍개'를 썼다고 주장했지만 전곡리에서 돌도끼를 비롯한 8000여 점의 유물이 쏟아져 나오며 한반도와 연천은 구석기 문화 연구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올랐다.

    김규선 연천 군수는 “예전에는 강가에 이런 돌들이 흔하게 굴러다녔다”라며 “지금은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이고 수도권이라는 이름으로 지원을 받지 못해 낙후됐지만 예전에는 이 곳이 한반도 역사의 중심지였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한국전쟁 이전까지 연천은 번화한 도시였다. 전성기 인구는 11만에 육박했고 임진강 유역 수운의 중심지 고랑포구에는 무려3만의 인구가 살았다. 한국 전쟁 이전 서울에서 출발한 개성행 버스는 고랑포에서 배에 실려 임진강을 건넜다. 김군수는 “일제 강점기에는 화신 백화점 분점까지 이 곳에 있었다”며 오래된 사진을 꺼내 보여줬다. 100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전화가 휩쓸고 뱃길이 끊어지며 고랑포구의 번영은 잊혀진 이야기가 됐다. 최근 연천 인구는 약 4만 6000에 불과하다. 그저 굽이쳐 흐르는 임진강 물살만이 옛 모습 그대로다.

    ▲두루미가 노니는 신선경

    동양 문화권에서 두루미(학)은 봉황 다음으로 쳐줬던 새다. 봉황은 현실에 없으니 현실에서 가장 귀한 새는 두루미다. 민족 역시 두루미를 ‘신선이 보내는 사자’라고도 하며 신성하게 여겼다. 신선이 살고 있는 세계를 표현한 고구려 고분 벽화나 조선시대 민화 등 옛 그림에는 구름 사이로 노니는 두루미(운학·雲鶴)가 단골로 등장한다. 연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두루미를 볼 수 있는 지역이다. 구름낀 산자락 하늘위로 두루미떼가 날아오르는 모습은 이 세상 풍광이 아닌 ‘신선계’에 가깝다. 이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사람은 많지만 한 번만 봤다는 사람은 드물다. 연천이 겨울 여행 목적지로 부족함이 없는 가장 큰 이유다.

    매년 11월 시베리아에서 날아오기 시작하는 두루미는 연천 임진강 상류지역에서 겨울을 난다. 두루미는 천 년을 산다 했지만 최근 급속히 개체수가 줄어들어 전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2000여 마리에 불과한 귀한 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됐다.

    두루미를 보려면 태풍전망대 초소를 통과해 빙애여울로 가야한다. 하류쪽 장군여울은 과거 두루미가 많아 두루미 관찰대까지 설치 됐지만 군남댐이 건설되며 수위가 올라가 두루미는 상류 쪽으로 서식지를 옮겨갔다. 빙애여울 부근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는데, 차에서 내려 접근하려 들면 예민한 습성의 두루미는 금새 알아채고 멀리 도망간다. 더 많은 두루미를 보려면 더 안쪽 필승교 주변까지 올라가야 한다. 가는 길에 초소가 또 하나 나오는데 상황에 따라서 통과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헛걸음도 각오 해야 한다. 눈이 많이 오는 날은 해당 지역 출입이 전면 통제된다. 

     


    ▲구석기 축제와 함께하는 겨울

    ‘2017 연천 구석기 겨울여행’축제가 이달 7일부터 2월 5일까지 경기도 연천 전곡리 유적에서 펼쳐진다. 관람객들은 눈썰매와 얼음조각 등을 즐길 수 있고 야외 화덕에 생고기를 직화로 직접 구워먹는 구석기 바비큐 체험도 해볼 수 있다.선사문화의 체험과 전시 등을 교육할 수 있는 실내 체험 장에서는 각종 도구 만들기, 의복입기, 주먹도끼 목걸이 만들기, 구석기 미니어처 집짓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kwjun@sportsworldi.com

    사진설명
    1. 임진강에 날아온 두루미 가족.
    2. 빙애여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두루미 무리.
    3. 구석기 축제 바베큐 체험. 사진제공=연천군청
    4. 전곡 선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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