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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02 05:20:00, 수정 2017-01-02 05:20:00

2017 패션 업계, ‘B+프리미엄’이 지배한다

  • [전경우 기자] ‘가성비’를 넘어선 ‘B+프리미엄’, 2017년 정유년 새해 패션업계가 주목하는 화두다.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17’을 최근 출간하며 ‘각자도생’·‘욜로 라이프’·’1코노미’·‘픽미세대’ 등 올해 마케팅 트렌드를 주도할 10가지 개념을 내놨다. 패션업계는 이 중 ‘B+프리미엄’이라는 가치를 눈여겨 보고 있다.

    'B+프리미엄'은 평범한 대중제품(B등급)에 가치(프리미엄)를 추가해 B+등급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불황이 장기화되며 ‘가성비’는 이미 유통업계 전반에 ‘대세’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제품의 가성비를 높이는 방법은 가격을 낮추거나 가치를 올리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최근 소비자들은 가성비의 핵심을 저가격이 아니라 높은 가치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B+프리미엄’은 이 부분을 파고든다. 복수의 패션 업계 관계자들은 얼핏 역설적으로 보이는 이 까다로운 개념이 올해 한해 국내 패션업계를 지배할 것으로 입을 모았다. 

    ‘가성비’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SPA브랜드다. 유니클로는 2005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히트텍’, ‘후리스’ 등의 가성비를 내세워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에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여기까지가 ‘가성비’의 승리다. 유니클로는 이미 단순한 ‘가성비’의 한계를 인식해 ‘B+프리미엄’ 전략을 실행에 옮겼다. 지난 2016 F/W 시즌부터 ‘유니클로 옷은 품질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뛰어나다’는 인식 형성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전세계적인 메가 트렌드를 이끄는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뚜렸하다. 유니클로는 도쿄, 뉴욕, 상하이, 파리 및 로스앤젤레스에 R&D 센터를 설립했고 유명 디자이너와 콜라보레이션 컬렉션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새롭게 선보인 특별한 라인업인 ‘Uniqlo U’ 컬렉션은 유니클로의 새로움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6월 에르메스 여성복 디렉터 출신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르메르를 영입해 파리 R&D 센터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임명했다. 콜라보레이션을 넘어 아예 본격적으로 하이 패션의 디자인 감성을 SPA 브랜드에 녹여내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크르스토퍼 르메르가 디자인과 상품 개발 전반을 담당해 탄생한 ‘Uniqlo U’ 컬렉션은 디자인, 소재 및 재봉 방법 등 모든 면에서 기존 유니클로 상품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지만 가격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신원의 남성복 브랜드 지이크는 가성비 슈트의 대표 브랜드로 통한다. 지이크의 대표적인 디자인 정체성은 ‘날렵하고 슬림한 실루엣’으로 오랜 기간 젊은 남성들의 꾸준히 지지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인생 첫 슈트로 지이크를 골랐던 고객들은 점차 나이가 들어 ‘아저씨’가 됐다. 이들은 여전히 브랜드 충성도가 높지만 체형이 변해 더 이상 지이크의 주력 슈트를 입을 수 없게 됐다. 이들을 위해 지이크가 내놓은 해법은 ‘럭스 슈트’다. ‘럭스 슈트’가 제안하는 ‘뉴 슈트’의 원칙은 오래된 고객들에게 시간을 되돌려주는 감각적인 실루엣과 체형을 보완하는 디자인의 만남이다. 소위 ‘아저씨 슈트’로 부르는 커다란 핏이 아닌, 몸 앞쪽은 날렵하게 드러내고 뒤쪽을 조금 더 편안하게 잡아줘 세련된 남성의 실루엣을 완성해 ‘평생 슈트’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냈다.

    ABC마트도 ‘B+프리미엄’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이번 F/W시즌 주력 아이템으로 선보인 ‘호킨스 패딩 슬립온’시리즈는 출시 한 달 만에 조기 완판을 기록했다. 이 신발은 가볍고 보온성이 뛰어나며 6만원이 넘지 않는다는 기본적 가성비를 갖췄다. ABC마트는 가격경쟁력 이상의 상위 개념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패션’이라는 가치를 부여했다. 한껏 멋을 낸 모델들이 발목을 노출하는 이미지들을 제시해 겨울신발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복숭아뼈를 드러내는 슬립온 스타일의 매력을 강조했다. 발목을 드러낸것과 따뜻함은 반대편에 있는 개념이지만 소비자들에게 ‘역설’이 통한 것이다.

    아웃도어 업계에서도 ‘B+프리미엄 전략’은 유효하다. 노스페이스는 이번 겨울 시즌 자체 개발 보온 충전재 ‘VX(Vertical Excellence)’를 적용한 ‘맥머도 에어 브이엑스 파카’를 내놨다. 인공 충전재는 천연 구스 다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탁월하다. 그렇다고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구스다운급 보온력은 기본이고 통기성이 우수하며 손쉬운 물세탁으로 관리도 편하다. 합성 소재를 사용한 다운 재킷은 동물의 털과 가죽을 사용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윤리적인 만족도까지 더해진다. 이른바 ‘비건(Vegan) 패션’ 트렌드다.

    세컨 브랜드에 대한 공격적 투자 역시 불황의 시대를 살고 있는 ‘픽미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B+프리미엄’ 전략이다. 코오롱이 최근 도깨비의 주인공 ‘공유’를 모델로 내세운 브랜드는 남성복 브랜드 ‘시리즈’의 세컨 브랜드인 ‘에피그램’이다. 세컨 브랜드에 대한 투자 확대는 상위 브랜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방편이다. 기나긴 ‘불황의 시대’가 끝날 때 까지 ‘동생 브랜드’를 앞세워 버텨 보겠다는 의지다. kwjun@sportsworldi.com

    사진설명
    1. 가성비에 프리미엠 가치를 부여한다는 ‘B+프리미엄’ 전략이 패션업계 화두가 되고 있다. 사진은 유니클로.
    2. 지이크
    3. ABC마트
    4. 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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