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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26 13:55:34, 수정 2016-12-26 13:55:34

게임 좀 아는 그들이 주사위를 던졌다

'길드워' 챔피언·KOG 등 유명 개발사 출신 의기투합
일본 데뷔 이후 한국·홍콩·대만·동남아로 사세 확장
2015년 위메이드 인사와 만나 현재 엔큐브가 승계
보드로 구성된 던전서 다이서들 소환하는 액션RPG
눈높은 일본 유저로부터 호평… 인기 순위 3위까지
  • [김수길 기자] #지난 9월 도쿄 인근 치바 마쿠하리멧세에서 열린 도쿄게임쇼(TGS). 마치 수학여행을 떠난 같은 반 친구들마냥 속닥속닥거면서 전시장 곳곳에 누비는 한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한때 프로 게이머로 기대감을 키웠고, 한편으로는 유명 개발사에서 나름 핵심 인재로 불렸던 이들은 안락했던 위치를 떠나 어느새 3년 동안 의기투합해 ‘세상에 없던’ 게임을 만드느라 구슬땀을 꽤나 흘렸다. 이들 중 한 명인 박지훈 엔젤게임즈 대표는 “게임이 너무 좋아서 게임 밖에 몰라요. TGS는 이런 제 자신을 더욱 자극하는 기회가 돼죠. 그래서 첫 작품부터 일본 진출을 우선했어요”라고 했다. 박지훈 대표를 포함한 동료들이 같은 곳에서 선보인 게임은 ‘에라키스’다. 후속작 ‘에라키스2’로 반경을 넓혀 일본 시장에 나왔고, 마니아 층을 형성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으로는 ‘로드 오브 다이스’라는 이름으로 도전장을 냈다. 소비자들과 접점을 좁히기 위해 카카오 게임하기와도 맞손을 잡았다.

    대구에 본사를 둔 엔젤게임즈가 일본 무대에 데뷔를 마치고 귀국 신고식에 나선다. ‘에라키스’ 시리즈로 일본 시장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고, 현지 협업사인 엔큐브와 콘텐츠 보완 작업을 끝낸 뒤 안정화에 돌입했다. ‘에라키스’는 올해 6월 일본 내 소프트 론칭(일부 지역에서 게임성 및 안정성을 점검하는 일종의 사전 서비스)에서 현지 오픈마켓 인기 순위 3위까지 찍었다. 엔젤게임즈는 이제 다음 정거장으로 한국과 중화권, 동남아 시장을 노린다. 새해 벽두부터 국내 이용자들을 만나고, 이내 홍콩·대만, 동남아로 사세를 넓힌다는 복안이다.

    현해탄을 건너 한국에 깃발을 꽂는 박지훈 대표는 2015년 여름이 새 삶의 시작점이었다. 당시 위메이드의 일본 법인(위메이드 온라인)에서 모바일 사업 본부장으로 일하던 김남호 현 엔큐브 대표와 조우한 게 그의 두 어깨에 날개를 달아준 계기가 됐다. 김남호 전 본부장은 회사의 최고 수장인 최종구 대표와 발로 뛰면서 엔젤게임즈를 찾아냈다. 김남호 대표는 “개발진의 의지와 열의에 너무 감동받았다”면서 “잠재력과 가능성을 동시에 느꼈다”고 1년 전을 소회했다.

    수 많은 절차와 점검 과정을 거쳐 엔젤게임즈의 ‘에라키스’는 그해 11월 부산에서 치러진 게임쇼 지스타에서 마침내 위메이드 온라인의 품에 안겼다. 이후 위메이드 온라인이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기로 결정하면서 모바일 사업을 분리할 계획을 세웠고, 엔큐브가 ‘에라키스’ 관련 업무를 승계했다.

    일본에 첫선을 보인 뒤 박지훈 대표와 김남호 대표는 한국 입성을 발빠르게 타진했다. 상당수 기업들이 시선을 고정했지만, 업력과 브랜드를 두루 갖춘 카카오로 발길을 정했다. 최근 카카오가 과거 캐주얼에 국한됐던 현실에서 벗어나, ‘검과마법’ 등 RPG 장르에서 흥행작을 연타로 쏟아내면서 변신에 성공한 점도 유인책 중 하나가 됐다. 박지훈 대표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역유입됐기 때문에 이용자 모집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카카오는 이 분야에서 가장 강점이 있다”면서 “한국 시장의 변화와 흐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카카오에 맞춰 작품성으로 화답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은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은 개발진보다 배급사의 역할이 각별하다는 평소 생각에 기인한다. 박 대표는 “회사 구성원 대부분이 게임 마니아인 만큼 작품성을 키우고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반영하는 기술은 뛰어나지만, 시장의 면면을 살펴보고 이를 개발 과정에 도입하도록 조언자로 활약할 쪽은 바로 배급사”라며 “‘재밌게 잘 만들었다’는 최종 목표를 향해서는 파트너인 퍼블리셔와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엔젤게임즈의 처녀작 ‘로드 오브 다이스’는 보드로 구성된 던전에서 주사위의 힘을 가진 다이서들을 소환해 게임을 펼치는 보드 액션 RPG(역할수행게임)다. 스토리 던전과 요일 별 보스 던전으로 짜인 기본 콘텐츠에다 실시간 협력 레이드나 PvP(이용자끼리 전투) 등 풍부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특히 기존 게임과 차별화된 참신한 방식과 규정, 고화질의 예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는 눈 높기로 소문난 일본에서 먼저 호평을 누렸다. 한국 시장에 맞게 콘텐츠를 최적화하면서 6개월 이상 추가 개발했다. 국내 출시 시기는 2017년 1월로 잡혀있고, 현재 카카오 게임하기에서 사전 접수가 진행중이다. 비슷한 시기에 홍콩계 기업 마모게임스를 통해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에도 발매된다. 마모게임스는 게임 판권 비용으로 미화 1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엔젤게임즈는…

    2013년부터 모바일 게임 제작에 착수했다. 2006년 엔씨소프트 ‘길드워’ 월드챔피언십 세계 대회 우승자들이 포진해 있고, 2009년부터 KOG에서 ‘그랜드체이스’의 글로벌 버전 제작·서비스를 담당했던 인사들도 합류했다. 전체 직원수는 18명이다. 특출난 인재들 덕분에 일찌감치 본사 소재지인 대구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 산하 대구글로벌게임센터로부터 제작에 필요한 각종 보조를 받았고,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대구시로부터 게임 콘텐츠 육성 표창장을 수상했다.

    이달 초에는 DIP가 주관한 ‘제1회 대구 게임인의 밤’ 행사에서 지역 내 개발사 대표들의 투표로 도약 부문에서 공로패를 받았다. ‘대구 지역 게임 기업 중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면서 지역 게임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게 주된 평가다. 차근차근 수출 실적을 일궈내면서 대구의 스타 기업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박지훈 대표는 “비슷한 방식의 모바일 RPG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사람들은 새로운 게임을 기다리고 있다”며 “더 많은 이용자들이 아직 경험하지 못한, 하지만 함께 꼭 경험하고픈 재미를 고민하고 연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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