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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59. 원초적 본능 해결 못하면 우주 탐사도 힘들어

입력 : 2016-11-23 04:40:00 수정 : 2016-11-22 18: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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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태어나 먹는 순간부터 배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농경사회에 접어든 초기 인류는 땅을 경작하면서 사람이나 가축의 분뇨를 비료로 사용했으니 굳이 따로 화장실을 둘 필요는 없었다. 인간이 화장실을 사용한 최초의 흔적은 그리스 크레타섬의 크노소스궁전에서 화장실이 발견되면서부터다. 기원전 3000년경에 지어진 것으로 물로 세척을 할 수 있는 상당히 위생적인 구조였다. 수로를 이용한 수세식 화장실은 로마시대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중세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길거리에서 용변 보는 것이 일상이어서 유럽의 도시가 악취와 오물로 가득했다. 여성들은 오물로 인해 치마가 더렵혀지지 않도록 나무로 높은 굽을 만들어 신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하이힐의 시초가 됐다. 우리가 사용하는 현대적 개념의 수세식 변기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는 일제 강점기 때 당시 특급호텔이었던 반도호텔과 조선호텔에 수세식 변기가 설치됐다고 한다.

며칠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인의 ‘배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다. NASA가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대한 우주적 해결책을 찾고 있는 것이다. 우주선 안에 화장실이 없는 것이 아니다. 우주선 안에서 용변을 해결할 수가 있다. 문제는 지구에서 발사돼 궤도에 진입하기 전과 다시 지구로 귀환해 착륙하기 전, 그리고 우주를 유영(遊泳)할 때다. 이때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어 우주비행사는 기저귀를 착용한다고.

NASA의 설명에 의하면 배설물을 잘못 처리하면 인체에 감염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기저귀를 이용한 현재의 배변 처리 시스템은 최대 6∼8시간까지만 안전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우주 저 멀리 가야하는 경우 기저귀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대비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NASA는 “우리가 필요한 것은 우주복 안에서 배설물을 최대 144시간까지도 모아놨다가 손을 쓰지 않고도 밖으로 내보내는 방법이며 특히 고체와 액체, 기체가 떠다니는 극미중력 상태에서 작동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NASA의 우주비행사 리처드 마스트라키오가 “우주에서 배설물이 잘못 처리되면 우주비행사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다. 이 일은 그렇게 매력적인 일은 아니지만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듯이 배설은 인간에게 먹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다.

지난 주 중국 언론은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11호가 발사 33일 만에 무사 귀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1970년에 최초의 인공위성인 ‘東方紅 1호’를 발사한 이후로, 2003년에는 첫 유인우주선인 ‘선저우(神舟) 5호’를 성공적으로 발사시켰다. 현재 중국의 우주과학기술은 러시아와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G2의 하나로서 중국을 우주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다. 먼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 역시 ‘똥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똥이 지금 우주개발 프로젝트의 난제(難題)로 떠오른 것이다.

중국이 올해 우주개발에 쏟은 금액은 약 60억 달러(한화 6조7488억원)로 추산되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보다 많은 돈이다. 이렇게 여러 나라가 오랜 시간 엄청난 비용으로 훈련과 준비를 하고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하여 우주개발에 나선다 해도 인간이 배설한 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주개발은 중도에 멈춰야 할지도 모른다. 인류의 원대한 꿈도 원초적 본능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한다. 그러니 NASA가 3만 달러라도 들여서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것 아니겠는가.

1950년대 통도사 극락암 화장실에 경봉스님이 팻말을 붙였다. 그 팻말에는 해우소(解憂所)라고 쓰여 있었다. 해우소에서 근심 걱정을 버리고 가면 그것이 바로 도를 닦는 것이라는 의미로 걸어놓았다고 한다. 지금은 어느 사찰에나 해우소는 다 있다. 예부터 시원하게 배설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게 바로 근심이요 고통으로 여겼다. 살다보면 인간이 갖는 많은 기쁨 중에 배설의 기쁨만큼 시원한 게 어디 있을까.

인간은 미래에 대한 원대한 꿈을 꾸지만 정작 배 속의 근심 비우는 일은 잘하지 못한다. 비움의 장소는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나 필요하다. 이번 NASA의 ‘우주 똥 챌린지’(Space Poop Challenge)가 성공하여 우주비행사의 근심이 시원하게 해결되었으면 한다. 우주에 해우소 하나 있다 한들 어떠하리오.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저서] 어느날 당신에게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전쟁, 효자동1번지, 영혼산책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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