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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문화재지킴이' 라이엇게임즈에 대통령상은 당연지사?

입력 : 2016-10-24 13:55:08 수정 : 2016-10-27 18: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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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기자] 올해 문화재청은 정부 전체 예산 중 0.18% 정도인 6800억 원을 배정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두고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빠듯한 예산이어서 추가 사업을 하기 위한 별도 예산을 신청하고 받기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는 곧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기대하는 ‘아쉽고도 필연적인’ 이유가 된다. 일반인들의 실생활과 한 걸음 떨어져 있는 문화재라는 부문은 국가가 보존한다는 공적 명분 때문에 사회의 재정적 지원을 바랄 명분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외국에 반출된 우리 문화재 환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하늘을 찌르지만 자금 마련에는 소극적인 게 하나의 단면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라이엇 게임즈가 지난 2014년 1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문화재청과 협업해 ‘석가삼존도’ 반환에 성공했을 때, 국내 경쟁 기업들은 “폼나는 일은 라이엇 게임즈가 다 한다”고 비아냥거렸다. 정작 본인들 스스로는 실천으로 옮기지 않았다. 이게 현실이었다.

라이엇 게임즈가 이르면 내년 한국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받을 주인공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라이엇 게임즈는 2012년 6월 26일 문화재청과 한국의 문화유산을 함께 보호하자는 취지로 ‘한 문화재 한 지킴이’라는 후원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매년 관련 사업에 수 억원의 기금을 쾌척하고 해외 문화재 환수 같은 사각지대에 있던 분야에도 팔을 뻗쳤다.

이런 정성과 의지 덕분에 라이엇 게임즈는 2014년 10월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재지킴이 우수사례 표창을 수상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기업의 활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문화재 보호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국가수반(國家首班)인 대통령의 표창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국내 대기업조차 머뭇거리는 문화재 지킴이 사업에 외국계 기업으로서, 더군다나 사회적으로 폄하된 시선을 경험하고 있는 게임 기업이 이 같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사실은 귀감의 대상으로서 충분하다는 평가다.

◆꾸준함과 정성에 수상 가능성 높아

라이엇 게임즈로서는 대통령 표창의 여러 항목 중에서 문화재지킴이 활동 유공자 포상이 해당된다. 문화재청과 ‘문화재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위촉자(단체)가 적용 대상이다. 대통령 표창을 포함한 정부포상(문화재지킴이 활동 유공 부문)은 문화재지킴이로 만 5년 이상 활동한 이력이 있어야 한다. 라이엇 게임즈는 오는 2016년 6월이 되면 조건을 충족시킨다. 문화재청은 문화지킴이 사업자에 자기 추천 등 여러 방식으로 상신을 요청한다. 물론 문화재청이 직접 판단해서 올리도 한다. 이후 문화재청 내부 심사를 통해 최종 선발하고, 다시 정부에 추천하게 되는 절차를 거친다. 일년 중 특정 기간을 정해 접수한다.

무엇보다 포상 상신 조건에 ‘문화재지킴이 활동 분야에 있어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로 명시돼 있어,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화시켜온 라이엇 게임즈에는 가산점이 부여될 가능성이 크다. 장영기 문화재청 활용정책과 민관협력전문위원은 “문화재청의 사업 확대에 라이엇 게임즈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대통령상 표창 수상 조건을 충족시키는 시기가 되면 문화재청에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외국계 기업 및 게임 업계로는 문화재지킴이 활동 우수사례 유공 포상에서 정부포상(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일화는 아직 없다. 지킴이 기업으로 나선 곳 중에서도 외국계로서 유공 포상을 챙긴 기업은 라이엇 게임즈(2014년, 문화재청장 표창)와 스타벅스(2012년)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이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것은 총 4건이다. 2011년 한화호텔&리조트(2005년부터 활동, 이하 개시 시기)를 비롯해 2012년 아모레퍼시픽(2004년), 2013년 한글과컴퓨터(2007년)가 있고, 2015년에는 신한은행(2005년)이 문화재지킴이로서 포상이 아닌 ‘대한민국 문화유산상’이라는 다른 기회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문화재지킴이 활동 우수사례로 기업이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경우는 3건인 셈이다.

◆친한국 정서 맞춰 본사도 적극 보조

라이엇 게임즈는 만 5년 동안 한국 문화유산 보호에 써달라며 35억 원이 넘는 기부금을 내놨다. 2012년 5억 원을 시작으로 2013년 6억 원을 기탁했다. 2014년에는 게임 콘텐츠 ‘팝스타 아리’와 연계한 매출 일부(7억 4000만 원)를 합쳐 8억 원 이상을 전했다. 2015년은 8억 원을 집행했고, 최근 8억 원을 더했다. 특히 라이엇 게임즈는 일회성 후원 또는 묻지마식 지원과는 확연하게 다른 행보를 보였다. 매년 문화재청과 별도로 협약을 맺고 추진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방향과 각론을 상향시켰다.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실장은 “자금이 어디에 쓰이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문화재청과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문화재를 향한 라이엇 게임즈의 각별한 애정은 미국 본사에서도 주시하는 사안이다. 특유의 ‘코리아 프렌들리’(Korea friendly) 정책의 일환이다. 실제 라이엇 게임즈를 창업한 브랜든 벡 대표 등 경영진들은 내한할 때 문화재 보호 활동 시기가 맞물리면 기꺼이 동참한다. 한국 법인의 임직원들도 각종 문화재 청정활동에 동참하고, 기금 마련에는 게임 콘텐츠에서 발생한 판매금 상당 부분을 얹어 부피를 키울 정도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승현 라이엇 게임즈 한국 대표는 “게임과 문화재의 공통점은 만들고 난 뒤 보완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라이엇 게임즈가 자랑스러운 한국 문화와 문화재에 작은 힘을 보탤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밝혔다.

한편, 게임 업계 역시 대통령상 표창 수상에 대한 바람을 내비치고 있다. 대형 게임 기업 사회공헌 담당 임원은 “기업의 국적을 불문하고 업적이 있다면 공로를 인정받아야 하고, 게임 업계로서도 큰 경사나 마찬가지”라며 “국내 기업에는 자극이 되고, 우리 문화재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시선을 환기시킬 좋은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명백히 세금이 투입돼야 할 곳에 민간 기업의 기금이 들어가 대체하는 것은 정부 부처가 반성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본보기가 되는 일을 솔선수범하는 기업에 합당한 상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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