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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33. 71년 전 한반도 분단은 어떻게 결정 되었나

입력 : 2016-08-17 04:40:00 수정 : 2016-08-16 18: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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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5일은 광복 71주년이었다. 매년 8월 15일이 되면 많은 걸 생각나게 한다. 해방이 되던 날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며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이제는 주권을 되찾고, 새 나라를 건국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했을 텐데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반도에 이미 38도선이 그어진 사실을 알았다면 어떠했을까.

한반도에 38도선이 그어진 것에 대해서는 1945년 8월 10일 일본이 항복 의사를 알려오자 미국은 다음 날 새벽 군사적 편의에 따라 급하게 38선을 그었다는 견해가 지금까지의 정설이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이 항복하기 전인 1944년 초부터 이미 한반도의 38도선 분할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는 주장도 있어, 그 당시 광복군을 조직하여 국내로 들어와 한반도에서 일본을 물리치려했던 항일투쟁이 무색해진다.

그 동안 정설로 알려졌던 한반도 38도선 결정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진 것은 우연이었다. 아니 필연이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지난 2014년 2월 나는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에 한국인 민간인으로는 최초로 무명용사 묘에 공식 헌화식을 가졌고, 그 일을 주선했던 모니카 스토이 예비역 대위의 소개로 에드워드 로우니 예비역 장군을 만났다. 그에게서 숨겨진 38도선 결정과 6.25 전쟁의 비화(祕話)를 듣고 나는 그의 회고록을 국내에 출판해주겠다고 약속을 했고, 그렇게 출판된 것이 <운명의 1도>라는 책이다.

그 책 속에는 38도선의 결정에 대한 비화가 자세히 나와 있는 데 이를 소개하면 이렇다.

마셜 장군은 에이브 링컨 장군에게 한반도를 어느 곳에서 분할할 것인지 보고하라 했다. 전략회의에서 딘 러스크 대령은 평양의 바로 남쪽, 북위 39선을 중심으로 분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39선은 한반도에서 폭이 가장 좁은 곳으로, 폭이 좁으면 적은 수의 군사로도 방어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링컨 장군은 아니라면서 지도 위에 38도선을 따라 선을 그었다. 전략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잠시 어리둥절했다. 앤디 굿패스터 대령이 링컨에게 질문했다. “39선이 가장 적당한 해결책인데, 왜 1도 아래로 내려가야 합니까?”

그러자 링컨이 답했다. “니콜라스 스파이크만 때문이지.” 니콜라스 스파이크만은 예일대 지리학과 교수로 미국 최고의 지정학자로, 세계 최고의 문학과 발명품 중 90%가 38도선 북쪽에서 창조되고, 세계의 위대한 지도자 대부분도 38도선 북쪽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학자였다. 또한 38도선 남쪽에서 그러한 문학과 발명품이 창조될 확률은 1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식함을 자랑한 링컨은 “모든 사람들이 38선에 대해 알고 있지만 39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를 거야”라고 말했지만, 몇몇 지식인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파이크만의 책을 읽어보기는커녕 그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다. 모두들 그의 의견에 반대했지만, 링컨을 존중했기에 마셜 장군에겐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우리들의 큰 실수였다. 39선으로 결정했다면 방어하기가 훨씬 쉬웠을 것이고 더불어 수많은 미군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의 영원한 운명이 될 38선은 이렇게 결정되었다.

이상이 에드워드 L.로우니 장군이 증언하는 한반도 38도선 결정 과정이다.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자 그때까지 참전을 미뤄오던 소련이 대일선전포고와 함께 파죽지세로 한반도로 내려오는 것을 미국은 어떡하든 저지해야만 했다. 그래서 새벽에 서둘러 한반도의 분할 점령을 결정해야 했다는 것인데 일개 장성의 현학 자랑으로 인해 38도선이 그어졌다는 것이 참으로 얄궂은 일이 아니었던가.

지난 2013년 9월 미국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박사는“북한 급변사태 시 중국군이 개입해 북한내 관할구역이나 완충지대를 세울 경우 ‘제2의 한반도 분단’이 일어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한반도안보연구소 김태준 소장도 한 세미나에서 같은 얘기를 했다. 이 보고서에서 말하는 완충지대는 중국과의 국경에서 150㎞ 되는 지점으로 바로 북위 39도다.

에드워드 L.로우니 장군의 이야기를 국내에 소개하면서 나는 그것이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언제라도 자신의 운명이 엉뚱한 계기로 흔들릴 수 있기에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일을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어떤 교훈을 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드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냉랭한 이때 71년 전 미국과 소련 사이의 힘겨루기로 결정된 38도선이 이제는 미국과 중국과의 힘겨루기 속에 놓여있다는 생각은 나만의 기우이기를 바라면서 보다 깊은 성찰과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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