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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30. 완벽에 대한 숭배, 그 끝은 무엇인가

입력 : 2016-08-03 04:45:00 수정 : 2016-08-02 18: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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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 세계적으로 음식물의 3분의 1이 버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이 가장 많은 음식물을 버리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미국인들의 음식물에 대한 기준, 일명 “완벽에 대한 숭배(cult of perfection)”에 따른 것으로,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아무리 멀쩡한 곡식과 과일, 야채라도 수확을 하지 않고 들판에 그냥 버려두거나 가축의 사료로 쓴다. 작은 흠집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지구 한편은 기준에 미달된다하여 버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식량이 부족하여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난민들이 식량부족으로 1200명이 사망했고, 남미의 베네주엘라 국민들은 식량을 구입하기 위해 인근 콜롬비아 국경을 넘고 있다. 이같은 뉴스를 접하면서 미국인들은 버려지는 음식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까.

얼마 전 빌 게이츠가 아프리카의 빈곤을 퇴치 목적으로 닭 10만 마리를 기부한다고 했다. 그 동안 통큰 기부를 많이 했던 빌 게이츠가 ‘아프리카 빈곤층이 닭을 키우면 달걀을 얻어 식량으로 활용할 수 있고, 키운 닭을 팔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취지를 내세워 좀 의아해 했다. 버려지는 음식물을 빌 게이츠 혼자서는 어찌 할 수 없으니 아프리카에 닭 10만 마리라도 기부하려 한 것은 아니었을까.

지난 달 28일 미국인 현각 스님이 우리 불교계와 인연을 끊겠다고 하여 불교계가 발칵 뒤집혔다. 현각 스님은 조계종을 떠나겠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변하지 않는 유교관습과 돈만 밝히는 기복신앙에 더 이상 조계종의 장식품 노릇은 하지 않겠다. 45년 전 숭산 스님의 선불교에 이끌려 출가한 외국인 스님들 중 몇 몇은 조계종의 구태의연한 풍토에 실망하여 환속하는 상황”이라는 그의 말은 많은 불교인들의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현각 스님은 한국 문화를 이기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말이나 한글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라며 강하게 비판하는 스님이 있는 반면, “그동안 조계종은 외국 스님의 조언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회향 없는 개인 구복과 깨달음이란 기복적 신앙이란 그의 말에 공감한다”라고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분명한 것은 안에 있는 사람은 밖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1960년대 일본의 스즈키 스님의 선불교는 물질문명에 빠져있던 미국 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애플의 창업자인 고(故)스티브 잡스도 스즈키 스님에게 큰 감명을 받았다는 사실은 너무나 유명하다. 미국 내 불교신자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명상 인구까지 계산하면 약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적인 수행이 아닌 명상의 종교로서 미국 내 불교의 위상은 점점 커져갔다.

숭산 스님은 미국에 차별화된 한국의 선불교를 전했다. 숭산 스님의 첫 제자가 되었던 미국인 우봉 스님은 “한국 불교는 일본이나 티베트 불교와는 달리 간단명료하고 직설적이며, 수행방법에 있어서 융화적이고 화합적”이라고 말하면서 숭산 스님의 설법에 이끌린 많은 외국인 제자들이 출가를 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갈수록 합리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고, 유교적 관습을 강조하는 불교계에 적잖은 실망을 표한 것이다.

선불교의 변화는 우리에게 시사하가 바가 크다. 갈수록 물질문명이 가속화되는 현실에서 세상이 변하고 종교계도 변하고 있는데도 우리 불교계가 지나치게 ‘완벽에 대한 숭배’ 즉, 옛날 방법을 너무 고수하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에 깨달음에 대한 논쟁도 벌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현각 스님은 누구보다도 한국 불교를 사랑한 사람이다. 그의 쓴소리는 우리 불교를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쓴소리는 귀에 거슬리는 법이지만, 현실을 외면하기보다 숭산 스님이 그러했듯이 동서양이 함께 할 수 있는 불교상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농사는 세상이 배고프지 않게 함이고, 종교는 세상 사람들의 정신을 살찌우게 하는 것이다. 완벽에 밀려 버려지는 음식물, 수백 년 전 수행기준을 고집하다 떠나는 외국인 스님들. 부디 한 외국인의 소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 불교계, 아니 우리 종교계 모두가 기복이 아닌 진정한 종교로서의 역할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저서] 어느날 당신에게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전쟁, 효자동1번지, 영혼산책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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