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같은 석양을 자랑하는 솔섬도 놓쳐서는 안돼
부안청자박물관·부안누에타운 등 볼거리 또한 풍성 〔부안=글·사진 강민영 선임기자〕 부안은 잘 몰라도 변산을 모르는 이가 드물다. 부안으로선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답답할 노릇이다. 부안이 품은 변산이지만 부안보다 워낙 변산이 유명해 역으로 부안은 변산의 그림자에 가려 제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산하면 채석강을 떠올릴 정도로 채석강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명소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관광지가 즐비한 변산만 둘러보고 각자의 처소로 발길을 옮긴다. 이제 변산반도 부안은 인간, 자연, 문화가 함께하는 고장, 산과 바다와 들이 어우러진 명품관광지로 발돋움하기 위해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변산으로 쏠린 관광 초점을 부안읍내로 집중해 부안경제 활성화에 불을 지피자는 게 부안군의 계획이다. 제2회 부안마실축제(5월1∼3일)는 그 일환으로 군과 군민이 하나되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변산반도는 반도의 내륙을 중심으로 한 내변산과 해변길을 중심으로 한 외변산으로 나뉜다. 변산반도의 핵심 관광지를 지난주 1박2일 일정으로 취재했다.
닭이봉전망대 입구에는 태생이 다른 두 나무가 서로 만나 엉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닭이봉 사랑나무라고 부르는 연리목이다. 연리나무 앞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소원성취한다는 얘기가 있어 나그네도 잠시 묵상에 빠져 본다.
격포항 방파제 쪽으로 내려가는 입구가 있다. 이곳이 채석강 절경 감상 주포인트다. 20여 미터 높이로 우뚝선 해안절벽은 베니어 합판을 차곡차곡 쌓은 듯 앏은 두께의 퇴적암이 층층시하를 이루고 있다. 시루떡을 쌓아올린 듯한 절경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바닷물이 수천만년 동안 밀리고 쏠리면서 깎이고 부서져 오늘의 모습을 갖췄다.
채석강이 주는 자연의 소리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해식동굴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랜 침식작용으로 생긴 동굴이다. 안으로 십미터가 채 안되고 폭이 좁지만 키 만큼은 훤칠하다. 동굴안으로 서너걸음을 옮겨 바다를 바라본다. 노을이 지는 시간이었다면 동굴 벌어진 틈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더욱 환상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어두운 동굴에서 태양이 내리쬐는 바다 쪽으로 렌즈를 들이대면 그 안에 있는 피사체는 모두 시커먼 모습으로 변한다. 낭만적인 실루엣이다.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동시에 동굴안에 울려퍼진다. 역시 프로들이다. 몇 등이나 했을까. 사진을 폰 최기철씨가 형태는 잡았는데 완벽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겨우 입선인 셈이다.
오래된 소나무가 서 있는 수성당 뒷마당에선 많은 유물들이 출토돼 이곳의 역사적 가치를 빛냈다. 선사시대부터 5세기에서 6세기 것으로 보이는 토기와 기와 등이 나왔다. 고대부터 바다에 제사를 지낸 흔적이다. 수성당 오른쪽에는 계곡처럼 깎아지른 여울굴이 있는데 개양할미가 사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은 전국적으로 기가 강한 곳으로 통한다. 당연히 영발을 얻으려는 이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수성당 주변은 유채꽃밭과 튤립꽃밭이 바다와 어루러져 한폭의 수채화를 연상케한다.
같은 해안에는 요트의 요람 궁항요트장이 있어 각종 요트대회는 물론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다. 멋들어진 갯바위와 닿을 듯 말 듯 한 섬과 함께 낚시를 즐기기에도 좋다.
◆전국 유일 영상문화특구 부안 영상테마파크=부안 영상테마파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영상문화특구로 새로운 개념의 테마파크다. 사극 전용 촬영세트장으로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일대 총 부지 4만4891평에 자리잡고 있다. 조선시대 한양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궁궐 24동, 민가 11동, 200m 길이의 성곽, 정자와 연못, 저잣거리 등이 재현되어 있다. ‘태양인 이제마’ ‘불멸의 이순신’ ‘이산’ 등의 드라마 촬영지다. 1000만 관객을 불러모은 영화 ‘왕의 남자’도 이곳에서 찍었다.
성곽에 오르면 테마파크의 전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관광객들이 연산군과 장녹수의 복장을 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의류와 소품들이 준비돼 있다. 부안 영상테마파크를 중심으로 궁항의 전라좌수영 세트장, 석불산 영상랜드가 한 테마로 연결되어 있다.
경기도 부천에서 살다 부안이 좋아 부안 사람이 된 박옥희 문화관광해설사는 “누에 아홉번 친 여자는 안 보고 데려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누에 치는 일은 고단하고 힘든 일이었다”며 “누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버릴 것이 없는 하늘이 내린 벌레”라고 들려줬다.
부안군은 누에를 부안군 경제를 이끌 전략산업으로 여기고 집중 육성하고 있다. 오디를 주원료로 한 뽕술 공장이 3개 들어서 있고 참뽕연구소(부안군농업기술센터)에선 ‘부안참뽕’ 관련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부안참뽕은 씨가 없는 게 특징인데 그 결과 착즙률이 97%에 달해 부안뽕즙의 유명세를 뒷바침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부안참뽕 바지락과 참뽕음료는 러시아우주센터와 계약을 해 납품하고 있을 정도로 그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 효능에 대한 동의보감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까만 오디는 뽕나무정령이 모여 있는 것이며 당뇨병과 오장에 이로우며, 배고픔을 잊게 해주고, 오래 먹으면 귀와 눈을 밝게 한다. 오디를 오래 먹으면 백발이 검게 변하며 노화를 방지하고 간장과 신장을 보익하고 음혈과 피를 길러주며 풍을 없애준다.”
부안청자박물관은 고려상감청자를 구었던 유천리에 건립해 2011년 4월 개관했다. 청자역사실과 청자명품실, 청자제작실, 특수영상실·청자체험실로 구성돼 있다. 바람과 물이 뿌려지는 4차원 영상(‘천년전 유천리’) 체험은 놓치지 말아야 할 코스다.
◆부안신재생에너지테마파크=부안군 하서면에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그린에너지를 위한 시설로 조성돼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보고 듣고 만지며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진 테마체험관 건물을 중심으로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태양광실증평가연구센터 등 4개의 연구·협력센터로 이루어진 실증연구단지가 포진해 있다. 테마체험관에선 미래의 빛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4D 영상체험도 가능하다.
mykang@sportsworldi.comyj@segye.com
<사진설명>
1. 외변산의 대표적 명소인 채석강 해안절벽. 마치 수만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 켜켜이 암석층이 포개져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2. 자연의 걸작 채석강 해식동굴 유니콘 형상 안에서 포즈를 취한 연인들. 해식동굴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잘 잡으면 전설의 동물인 유니콘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채석강은 이제 영원한 사랑의 지름길로 통한다.
3. 닭이봉전망대에서 바라본 격포해변 전경. 왼쪽이 적벽강 줄기이다. 대명리조트변산도 멋진 해변 풍광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4. 지질탐사에 나선 학생들이 격포해수욕장에서 출발해 채석강 절벽 아래에 넓게 펼쳐진 파식와 암반지대를 걷고 있다.
5. 채석강과 쌍벽을 이루는 관광명소 적벽강. 저 멀리 사자바위가 바다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6. 적벽강 해식동굴에서 바라본 서해바다. 이곳에서도 기도 정성을 들이는 이들이 많다.
7. 조선시대 격포진 자리에 자리한 격포항. 다목적 항으로 개발되면서 항구로서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8. 개양할미를 모시고 있는 수성당. 적벽강 위 죽막동에 위치한 해신당이다.
9. 수성당 주변은 경관조성사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빨간튤립이 푸른 바다와 대조를 이루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10. 궁항 전라좌수영 세트장 전경.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촬영지다.
11. 모세의 기적이 이루어지는 하섬.
12. 부안누에타운 전경. 부안경제를 이끄는 한 축이다.
13. 부안의 새로운 명물 부안청자박물관.
14. 청동시시대 유적인 구암리 지석묘.
15. 새만금전시관에서 한 관광객이 망원경으로 새만금방조제를 조망하고 있다.
16. 일몰을 기다리는 솔섬의 오후.
17. 변산의 노을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변산면 도청리 해변에 위치한 솔섬의 선셋(일몰)은 장엄하고 황홀하다.
18. 부안 군산식당의 특선밥상세트.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