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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부장 칼럼] '기레기'라 불리는 것보다 더 슬픈…

입력 : 2015-02-26 18:00:14 수정 : 2015-07-30 14: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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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記者), 한자 그대도 해석하면 ‘기록하는 놈’. 대한민국에 수많은 직업 중 ‘놈’을 한자로 사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기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여기서도 느껴진다. 요즘은 더 심한 단어도 쓰인다. ‘기레기’, ‘기자+쓰레기’라는 뜻이다.

나도 10년 이상 연예 기자로 살면서 ‘기레기’ 소리 참 많이 들었다. 대중이 원하는 반대편에서 기사를 많이 쓴 죄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기자라는 직업을 통해 받은 혜택들이 있었다. 현장을 뛰면서 참 즐거웠다. 기자라는 명함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나도 성장할 수 있었다.

연예문화부 부장 발령을 받아 이젠 현장보다는 사무실에서 데스크를 봐야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이젠 내가 ‘미생’ 후배들을 성장시킬 차례다. 그런데 그들은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영화, 가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까지 대부분의 콘텐츠는 이젠 홍보대행사를 통해 기자들과 소통하려고 한다. 아니 소통하지 않기 위해 대행사에게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려고 하는 듯 보일 때도 많다.

우리 선배 기자들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주체와 직접 소통했다. 그런데 후배들은 흔한 배우 한 명 인터뷰 섭외할 때도 홍보대행사에 매달려야 한다. 일대일 인터뷰는 꿈도 못 꾸고 여러 기자가 한꺼번에 배우를 영접하는 라운드 인터뷰에서도 빼놓는 기자가 생긴다고 하니, 이 모든 것이 연예매체가 너무 많이 생긴 탓에 일어나는 일일까.

한류 이후 스타들의 몸값과 자존심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연예기획사들은 하나 둘 상장까지 성공하며 거대해졌다. 그런데 이를 보도하는 기자들만 제자리다. 아니 미디어 환경은 더 나빠졌다.

수완 좋은 기자들은 대형 기획사로 자리를 옮긴다. 아예 홍보대행사를 차린 기자도 있다. 지금 드라마 ‘블러드’ 등을 홍보하는 3HW는 기자 출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다. 그녀가 현장을 뛰는 기자들에게 어떻게 대할지 물어봤더니, 역시나 기자들을 후배 아니 부하 다루듯 한다고 하더라. 힘도 없는 ‘미생’기자들한테…

무조건 기자들을 대우해줘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필요이상으로 비난받고 소모당하는 지금 기자들의 현실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좋은 시절의 기자를 경험했던 홍보대행사 대표가 ‘미생’ 기자들 위에 군림하고 있는 지금 모습이 과연 정상인가.

김용호 연예문화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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