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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욕정만 가득찬 ‘순수의 시대’

입력 : 2015-02-25 20:23:20 수정 : 2015-02-25 20: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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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짤라 말하면 에로 영화급이다. 스토리를 조금 더했고, 스케일만 커졌을 뿐, 정사에 초점을 맞춘 ‘에로영화’가 따로 없었다.

영화 ‘순수의 시대’(안상훈 감독, 화인웍스·키메이커 제작)가 24일 서울 CGV 왕십리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조선 개국 7년, 왕좌의 주인을 둘러싼 ‘왕자의 난’으로 역사에 기록된 1398년, 야망의 시대 한가운데 역사가 감추고자 했던 핏빛 기록 ‘순수의 시대’는 격동의 조선 초 서로 다른 욕망을 순수하게 쫓는 세 남자의 선 굵은 드라마. 사극에 첫 도전하는 신하균을 비롯해 장혁, 강하늘의 강렬한 연기변신 그리고 강한나의 파격 노출과 정사신이 담긴 작품이다.

‘순수의 시대’는 첫 장면부터 짐승같은 정사신으로 시작, 이후에도 줄곧 정사신에만 초점을 맞췄다. 제작사 측은 세 남자의 선 굵은 드라마라 소개하지만, 예고편만 봐도 이 영화는 정사신에 초점을 맞췄다는 걸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사신의 수준은 나쁘지 않다. 짐승처럼 달려드는 장혁의 정사신, 여인들을 끊임없이 겁탈하는 강하늘의 정사신, 뒤늦게 욕정을 마음껏 풀어대는 신하균의 정사신까지, 그야말로 ‘정사신 풍년’이다. 한 작품에서 세 명의 남자를 상대해야하는 강한나의 열연은 눈물겨울 정도. 그래도 강한나는 세 남자와의 절묘한 합을 통해 ‘정사 3종 세트’를 완성시켰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만큼, 정사신에 엄청난 공을 들인 것 같다.

문제는 캐릭터와 스토리다. 먼저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강해도 너무 강하다. 마치 아이돌 그룹이 음악방송에서 카메라에 한 번이라도 더 잡히기 위해 튀는 행동을 하는 것처럼, 영화와 조화를 이루기는 커녕 제각각으로 논다. 제일먼저 이성계 역을 맡은 손병호는 몸에 화가 많은듯, 매 신마다 역정을 내기에 바빠 보였다. ‘조선킹’ 이성계를 ‘역정킹’으로 만들 모양인듯, 매 대사마다 강한 복식호흡으로 흐름을 중간중간 깨뜨렸다. 장혁은 M본부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으헤헤헤’하고 바보처럼 웃던 웃음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마치 ‘운널사’의 꽁트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고, 강하늘은 시나리오 탓인지 갖고 있는 연기력에 비해 전체적으로 연기가 잘 표현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정도전 역을 맡은 이재용의 강한 아우라는 주연들을 잡아먹었고, 최무성은 그동안 보여줬던 절제된 연기와는 달리 너무 가벼워 보이는 연기를 보여줬다. 게다가 극중에서 가장 정상적이라고 생각한 공주 역을 맡은 사희는 마지막에 싸이코패스로 변신해 반전을 선사했다. 그나마 주연을 맡은 신하균이 절제된 연기와 함께 ‘순수의 시대’란 제목에 걸맞는 캐릭터 소화력을 보였기에, 영화가 겨우 완성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끝으로 영화 속에 삽입된 컴퓨터 그래픽(CG)들도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극 초반 전투신에선 웬지 모를 어색함이 스크린을 가득 채웠고, 말을 베는 장면에서 피가 이상하게 솟구쳐 미쟝센들이 저마다 따로 놀았다. 마지막 전투신에선 가희를 태운 배가 제자리에서 멤돌아 실소를 자아냈고, 신하균과 강한나가 열연한 마지막 수중신은 물의 깊이는 낮은데 물 속은 엄청 심해처럼 그려져 쌩뚱맞기까지 했다.

격동의 조선 초기를 다룬 ‘순수의 시대’. 영화관을 나올 땐 격동의 정사신만 기억에 남는, 블록버스터급 에로영화로만 기억될 것 같다. 3월 5일 개봉.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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