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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떼, 그리고 사람…초원 위 펼쳐진 그림

입력 : 2013-05-13 13:12:44 수정 : 2013-05-13 13: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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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용, 한국관광공사 지원 받아 양모리 학교 '창조'
어린 아이들 직접 양에게 풀·사료 먹이며 교감 나눠

 

 지역을 대표하는 풍경은 끊임없이 변한다.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과 청계 광장의 소라탑은 10년도 되지 않아 ‘랜드마크’의 위상을 차지했다. 부산도 새로운 풍경이 중심에 섰다. 해운대 고층빌딩과 광안대교가 어우러진 홍콩을 연상시키는 ‘백만불 짜리’ 야경은 해수욕장 인파와 태종대 사진을 밀어내고 관관안내책자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올레길이 된 것도 역시 최근 일이다. 이렇듯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창조경제’의 사례를 가장 찾기 쉬운 곳이 관광 분야다. 새롭게 만들어진 멋진 풍광이나 관광자원은 지역의 정체성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정도로 큰 잠재력이 있다.

 최근에는 남해에도 새로운 풍경이 등장했다. 쪽빛 남해바다를 배경으로 푸른 초원위에서 양몰이 개가 양떼를 몰고 가는 모습이다. 이 아름다운 모습은 조만간 가천마을 다랑이논이나 금산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함께 남해를 대표하는 풍경이 될지도 모른다. 한국관광공사가 밀고 있는 ‘창조관광’의 롤모델격인 경상남도 남해 양모리 학교에 다녀왔다.

▲ ‘H’자 모양을 하고 있는 거대한 섬 남해=남해는 ‘H’자 모양의 큰 섬이다. 누군가는 엑스레이로 촬영한 폐의 모습 같다고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주, 거제, 진도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섬이지만 지금은 육지나 다름없다. 전남 하동군에서 연결되는 남해대교가 1973년에 개통됐고 경남 사천시 삼천포에서 창선·삼천포 대교가 2003년 연결되며 육지와 교통이 더욱 편해졌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붉은빛 남해대교를 건너다 보면 바로 아래 익숙한 모습의 거북선이 보인다. 이 바다가 이순신 장군이 장렬하게 전사한 노량이다. 부근에는 이순신장군을 모시는 사당 ‘남해충렬사’가 있다.

▲ 여기가 우리나라 맞아? 그림엽서 같은 풍경에 취하다.=남해 충렬사에서 해안을 끼고 도는 아름다운 도로를 따라가다 산 쪽으로 나있는 샛길로 접어든다. 꽃은 이미 다 져버렸지만 왕벚나무가 만들어낸 녹색터널이 장관이다. 남해양모리 학교는 남해대교에서 차량으로 10여 분만 달리면 나오는 대국산(375m)자락 편백나무 숲 언저리에 자리 잡았다. 언덕 아래로는 잔잔한 쪽빛 남해 바다가 펼쳐지고 이름 모를 섬들이 보석같이 박혀있다. 1만평 규모의 목장은 아담하지만 동화 속 풍경처럼 아름답다.

▲ 사람과 개, 그리고 양떼가 만들어 내는 초원 위의 드라마=“와∼ 양이다” 양모리 학교를 찾은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즐거워 했다. 검은 색 보더콜리종의 목양견 ‘제프’가 초원 위에서 양을 몰고 가는 장면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어린 아이들은 양에게 풀과 사료를 먹이며 교감을 나눈다.

 “제프! 히어(Hereㆍ여기), 워크(walkㆍ걸어)! 워크! 라이 다운(Lie Downㆍ엎드려), 라이 다운”

 주인의 명령에 제프는 능숙하게 양들을 몰아간다. 제프를 움직이는 사람은 난치성 면역질환인 크론병을 앓고 있는 마태용(45)씨다. 외국에서 양몰이를 배운 그는 한국 땅에서 양을 몰고 싶다는 꿈을 꾸며 살아왔다. 한국말로 명령을 해봤지만 개들은 영어를 더 잘 알아들었다.

 마 씨와 손미희 양모리학교 대표는 외숙부와 조카 사이다. 마 씨는 10여년 전 양 5마리를 구입해 비디오를 보며 연습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이를 지켜본 손 대표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웠고,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창조관광사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해 창업지원금 3300만 원을 얻어냈다. 지금은 양 30여 마리와 개 10여 마리로 식구가 늘었다. 

 관광 공사의 지원 프로그램(전문가 컨설팅, 지자체와의 협력체계 구축, 체험프로그램 개발 등)은 꾸준하게 이어졌고 양모리 학교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남해군의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정태현 남해군수와 함께 직접 목장을 방문했다. 이 사장은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관광을 창조한 마태용씨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독일마을, 해오름예술촌, 남해힐튼리조트 등 즐길 거리 많은 남해군에 양모리학교가 추가되어 기쁘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양모리 학교의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중고생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하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는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주말과 성수기에는 양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예약손님만 받는다.

남해=글·사진 전경우 기자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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