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흥국생명의 에이스 김연경(20)의 갑작스러운 말에 인터뷰 장소인 구단 숙소 내 휴게실에 몇 초간 긴장감이 흘렀다. 함께 자리한 흥국생명 프런트의 김현도 과장이 예상치 못했던 김연경의 말에 잠시 당황한 탓이다. 하지만, 금세 여유를 찾은 김 과장이 말했다. “그럼!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구단에서 당연히 신경 써야지”
도대체 김연경이 한 말은 무슨 뜻이고, 왜 김 과장은 살짝 긴장을 했을까. 김연경이 ‘장래희망’을 밝혔는데, 이것이 구단의 든든한 지원이 뒤따라야 이룰 수 있는 꿈이었기 때문이다. 지원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예산’ 등 실무적인 문제가 있는데 워낙 미래의 일이라서 미처 고려하지 못한 구단 프런트가 당황한 것이다.
김연경의 장래희망은 ‘여성 최초의 여자 프로배구팀 감독’이었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에는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나온 대답이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프로 3년차 선수에게는 실례가 되는 질문일 수도 있지만, 김연경은 미리 생각해 뒀다는 듯 줄줄이 미래 계획을 읊었다. “아파서 뛰지 못할 때까지 최대한 오래 뛰는 것이 1차 목표에요. 그러다가 몸이 안 될 때가 오면 미련없이 유니폼을 벗고 유학을 갈 거에요”.
김연경은 은퇴 후에는 이탈리아나 일본 등에서 코치 연수를 받은 뒤 흥국생명으로 돌아와 후배들을 지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여자프로팀에 여성 감독이 안 나왔다면서요? 제가 1호 감독이 됐으면 좋겠어요. 대신 꼭 흥국생명에서 할 거에요”.
은퇴 이후에도 자신을 키워준 흥국생명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는 뜻이었다. 잠시 ‘연수지원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진 듯 했던 김현도 과장의 얼굴은 흥국생명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김연경의 말에 이내 환해졌다. 그리고 그의 밝아진 얼굴은 마치 이렇게 외치는 듯 했다. “연경아, 함께 가는 거야∼ 쭈욱!”
용인=이원만 기자 wma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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